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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중풍으로 쓰러진 뒤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송모(67) 씨는 최근 일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가정부·건물 청소·도배일 등 닥치는 대로 일자리를 알아보며 취업 시장을 전전했지만, 일을 맡길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나이가 문제였다. 65세 이상 노인인 송 씨에게는 허드렛일조차 일감을 얻기가 어려웠던 것.

생계가 막막해진 송 씨는 고민 끝에 주민등록증을 분실한 여동생(59) 명의를 도용해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기로 결심했다. 송 씨는 2014년 12월 15일 주민센터에서 동생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댄 뒤 본인 사진을 제출해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았다. 송 씨는 결국, 동생 명의의 주민등록증으로 도배회사에 취직했다. 동생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주민센터에 주민등록증 재발급을 신청했다가 누군가 자기 이름의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진 확인 결과 언니였다. 해당 주민센터는 송 씨를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고, 송 씨는 일자리를 잃었다.

경찰 조사에서 송 씨는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청소나 도배 등 단순 노동밖에 없는데 65세 이상은 나이가 많다고 일을 시켜주지 않았다”며 “아직 건강하고 또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데 일을 구하지 못해 힘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송 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2014년 전국 65세 이상 노인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 가운데 28.9%만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단순노무직(36.6%)이나 농림축산어업(36.4%)이었다.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노인(10.9%) 가운데 40.4%는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꼽았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