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인단 1만명 → 21만명… 여론조사도 추가해 반영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1억 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의 동선을 추적하면서 당시 정치상황을 주목하는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2011년 6월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를 선출하는 ‘7·4 전당대회’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 ‘돈 선거’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같은 정치상황이 홍 지사의 금품수수 의혹과 무관치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의 일정담당 비서로부터 2011년 6월쯤의 일정 관련 자료를 제출받은 검찰은 홍 지사의 동선이 상당 부분 선거운동에 맞춰져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홍 지사는 6월 초 일찌감치 전대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물밑 선거운동을 시작했고, 같은 달 19일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본격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홍 지사는 주변에 출마의사를 밝히면서 “돈 선거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경선은 홍 지사의 다짐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경선을 앞둔 6월 7일 한나라당은 전국위원회를 열어 전대 규칙을 변경했다. 선거인단을 기존 1만 명에서 21만 명으로 대폭 늘렸고, 1인 2표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여론조사도 추가돼 총 득표율의 30%를 반영하기로 했다. 조직 선거를 막는다는 취지였지만 되레 당시 여권에서는 선거비용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다.

선거인단에 문자메시지를 하루 보내는 데만 해도 1000만 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오는 등 기존 경선에 비해 2∼3배의 돈이 들어간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전대 당일 홍 지사 선거캠프에서 생수병과 부채 등을 대거 당원들에게 나눠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당시 정치상황이 ‘선거 자금이 긴급히 필요했던 시기’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홍 지사가 윤 전 부사장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날짜와 시간, 또 이 만남에 앞서 성 전 회장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난 시점을 특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홍 지사 측은 “당시 홍준표 대세론이 퍼지면서 선거에 돈이 별로 필요치 않은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