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체결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효과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제 규모가 TPP 전체 80% 이상을 차지해 사실상 미·일 FTA 체결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최근 엔저(엔화 가치 하락)를 무기로 한 일본 기업들이 ‘TPP 효과’까지 누리면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서 한국 기업들을 위협할 전망이다.

29일 한국무역협회와 석유화학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우리나라 석유화학 등 FTA 수혜 품목들의 대(對)미국 수출은 전년보다 5.5% 늘었다. 이는 경쟁국인 일본(-1.5%), 중국(5.3%)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국제 유가 하락으로 지난해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던 화학업체들의 대미 수출은 전년보다 1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 화학제품의 대일 수출은 전년 대비 54%가 줄었다. 지난 2014년 우리의 대미 수출은 13.3%로 우리나라 세계 수출 증가율 2.3%보다 무려 11%포인트 높았다. 또 같은 기간 미국 시장 점유율도 2012년 2.59%이던 것이 2013년 2.75%로 높아지더니 2014년에는 2.97%를 기록해 10년 만의 최고 수준을 보였다.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한·미 FTA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대미 수출이 성과를 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 같은 ‘FTA 효과’는 올 상반기 중 미국과 일본이 TPP를 체결할 경우, 크게 삭감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천일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TPP는 미국과 일본이 FTA를 맺는 효과를 낸다”며 “TPP 타결이 이르면 이를수록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한·미 FTA를 기반으로 좀 더 우월한 입장에 있던 한국 기업들의 대일본 기업 경쟁력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산 자동차 대미 수출의 경우 FTA 체결 효과가 2016년 1월부터 나오기 때문에 TPP가 체결되면 자동차 분야의 한·미 FTA 효과는 미처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사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박선호 기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