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경제적·정치적 목적으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는 등 경제 블록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추진해온 한·중·일 FTA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고,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도 1라운드 참가국에 들지 못해 경제 블록 확대라는 세계적 흐름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세계무역기구(WTO) 등에 따르면 국가 간 경제 블록은 유럽연합(EU)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전 세계적으로 약 20개가 존재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세계 강국을 중심으로 경제 블록을 새롭게 만들거나 확대하려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러시아는 올해 벨라루스, 카자흐스탄과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창설했다. EEU 설립은 구소련 국가들의 후신인 독립국가연합(CIS)에 대한 EU의 접근을 차단하고,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르메니아와 키르기스스탄 등도 EEU에 가입하기로 하면서 외연 확대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올해 출범을 목표로 TPP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TPP가 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본은 발 빠르게 TPP 협상에 참여하면서 미국 주도 경제 블록에 합류한 상태다.

미국은 EU와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논의도 시작했다. 중국은 TPP에 대응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성안을 내놓았다.

이처럼 세계 강국들의 경제 블록 창설 움직임에 기존 경제 블록들도 서로 간 연대를 통해 몸집 불리게 나섰다. 중남미 지역에서 주도권 다툼을 하던 태평양동맹(PA)과 남미공동시장(MERCOSUR)은 통합 논의를 시작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동아프리카공동체(EAC)와 동남아프리카공동시장(COMESA),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 등 3개 경제 블록이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GFTA) 설립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경제 블록을 확대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한·중·일 FTA는 과거사 문제로 공회전 중이고, TPP는 참여 시기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RCEP도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세계의 경제 블록화 움직임에서 멀어지고 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