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4월 말 개정하는 미·일 방위협력지침에서 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 범위를 한반도 전체가 아니라 남한에만 국한한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북한 권역에서 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군사적 행동을 하더라도 남한이 전혀 권한을 행사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정부가 지난 16일 한·미·일 안보토의(DTT)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시 “제3국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실제 세부사항에서는 한·일 간 인식 차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한·일 간에는 한반도 주변 지역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 범위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면서 “한국은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에 대해 우리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일본 자위대 진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일본은 이는 남한에만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즉 북한과 주변 해상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일본의 자위대 활동에 대한 동의권이 없다고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국제법상으로 남북은 각각 유엔 회원국에 가입한 개별 국가다.

이 때문에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명기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해석이 상황에 따라 상당히 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이 허용하는 일본의 미군 후방지원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일본이 제시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사례는 △재외 일본인을 수송 중인 미국 수송함 방호 △무력공격을 받고 있는 미국 함선 방호 △강제적인 정선(停船·선박 정지) 검사 △미국을 향해 일본 상공을 가로지르는 탄도미사일 요격 △탄도미사일 발사 경계 시 미국 함선 방호 등이다. 이들 상당수가 한반도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논란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