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법무 “리스트 국한 안해”
檢, 구체적 진술 다수 확보

이완구 결정적 단서 나와
자진 사퇴했다는 분석도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주기 바란다”고 밝히면서 ‘성완종 리스트’로 촉발된 정치자금 수사가 여권 핵심 인사들을 넘어 야권과 국세청·금융감독원 등 관계(官界)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찰 수사에는 일단 힘이 실리게 됐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21일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차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박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는 것처럼 비칠 우려가 크다”며 “지난 3월에 이어 또다시 대통령이 나서서 수사 방향을 제시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수사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3월 12일 이완구 총리가 대국민담화를 통해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며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낸 다음 날 검찰은 포스코건설 본사를 압수 수색하면서 사정수사를 시작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20일 “(성 전 회장의) 메모에 나온 8명에 국한하지 않겠다”며 수사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초 검찰 수사는 박 대통령의 발언과는 상관없이 정·관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성 전 회장이 여권뿐 아니라 야당 주요 인사들과도 친분을 유지했고, 경남기업 워크아웃 개시 결정 등을 앞두고 정·관계 로비를 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성 전 회장은 노무현정부 시절 두 차례나 특별사면을 받았고, 경남기업은 사업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대규모 은행 대출을 받아 베트남 하노이의 ‘랜드마크 72’를 준공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수사팀이 꾸려진 뒤 “메모나 녹취록에만 국한해서 수사하는 건 아니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 왔다.

이 총리가 급작스레 사의를 표명한 것을 놓고 금품수수 의혹을 규명할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핵심 증언이나 증거 확보에 고심하던 검찰이 최근 성 전 회장이 이 총리 외에도 다른 정치권 인사들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성 전 회장의 핵심 측근을 통해 2013년 4월 4일 성 전 회장과 수행비서 금모 씨, 운전기사 여모 씨가 함께 이 총리의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에 찾아갔고, 금 씨가 3000만 원을 담은 비타500 박스를 들고 사무실에 올라갔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구체적 진술이 나오면서 처음 예상과는 달리 홍준표 경남지사가 아닌 이 총리가 첫 소환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