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거짓말의 거짓말:사진에 관하여’전에 출품된 원성원 작가의 ‘Dreamroom-Seoungwon’(2003). 오브제를 개별적으로 찍은 뒤 하나의 사진으로 합성한 것이다. 토탈미술관 제공

‘거짓말의 거짓말:사진에 관하여’展

“사진은 실제와 가장 가깝고, 그렇기 때문에 매우 쉽다는 별로 좋을 것도 없는 명성을 얻고 있는 모방예술이다.”

‘미국 지성계의 여왕’이라 불린 수전 손태그(1933∼2004)는 1977년 에세이집 ‘사진에 관하여’에 이런 글귀를 남겼다. 물론 사진 예술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터다. 기술적으로 사진이 회화보다 실제를 있는 그대로, 더 쉽게 담아낼 수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니까. 역사적으로도 19세기 사진의 등장과 함께 회화는 ‘사실적 그리기’를 포기했다.

23일부터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열리는 ‘거짓말의 거짓말:사진에 관하여’전 첫머리에는 손태그의 이 글귀가 새겨졌다. 마치 도발하듯 흰 벽면에 선명히. 하지만 사진, 조소 회화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18명의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명제가 거짓임을 증명한다. 구본창, 김도균, 노순택, 백승우, 원성원, 윤병주, 정연두, 하태범, 한경은, 황규태 작가 등이 참여했다. 30대부터 80대까지 전 세대 작가를 아울러 한국현대사진사를 정리하는 의미도 담았다는 것이 미술관 측의 설명이다.

작품들은 사진이 얼마나 거짓말을 잘하는지를 보여준다. 신보슬 큐레이터는 “거짓의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진실일 수도 있다”고 했다. 백승우 작가는 내러티브(narrative)를 무기로 썼다. 그는 6개월간 미국 전역에서 5만 장의 사진을 구입해 58장을 골랐다. 이를 8명의 지인에게 각각 8장씩 골라 이야기를 만들도록 했다. 전시된 8편의 작품은 때론 같은 사진임에도 너무도 뻔뻔하게 다른 말을 한다. 마치 이게 사진에 담긴 진짜 이야기라는 듯. 백 작가는 “사진들이 허구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처럼 느껴졌다”면서 “재배열, 재해석 된 사진은 또 다른 의미들을 만들어 낸다”고 했다.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주로 하는 노순택 작가의 작품도 사진만 볼 때와 사진이 찍힌 맥락을 듣고 볼 때가 다르다. 그의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는 옆으로 쓰러진 트럭이 세 부분으로 나뉘어 담겨 있다. 교통사고 차량인 것 같지만, 촬영 장소가 북한 포격 당시 연평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작품 분위기가 더 무겁게 느껴진다. 마치 우주의 모습을 담은 듯한 황규태 작가의 ‘천상열차분야지도’도 알고 보면 시계를 클로즈업해서 찍은 것이다. 은하계나 별 같아 보이는 섬광은 세월이 지나면서 시계에 난 흠집이다. 그중 두 개에 화살표를 긋고 Earth(지구), Moon(달)이라 표기하니 더욱 그럴 듯하다.

합성, 분할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포토콜라주는 거짓말 중 거짓말이다. 원성원 작가는 300∼500장의 오브제를 찍은 뒤 합성해 비현실적인 공간을 만들어냈다. 물속에 잠긴 서재, 열대우림에 차려진 부엌은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정연두 작가의 ‘Drive In Theater’는 관객이 직접 사진의 거짓말을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택시 조수석 편에 설치된 슬라이드에 도시 배경이 흐르고, 조명의 명암이 교차하면서 차가 실제 달리는 듯한 인상을 선사한다. 뒷좌석에 소형 선풍기로 회전하는 반사판의 가로등 효과는 기발하기까지하다.

토탈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네덜란드 등 유럽 지역에서도 순차적으로 열 계획이다. 6월 21일까지. 02-379-7037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