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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으로 금융이자도 갚지 못한 채 부채로 연명하는 ‘이중(二重)부실기업’(좀비 기업)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3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 중견·중소기업에서 대기업군으로 확산하고 있어 은행권의 기업 여신관리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15일 금융연구원이 지난 3월 발간한 ‘최근 기업부문 건전성 분석을 통한 금융 안정성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상장사(2013년 현재) 중 이자보상비율은 100%를 밑돌고 부채비율은 200%를 웃도는 이중부실기업이 2010년 93개사에서 2013년 177개사로 대폭 증가했다.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돈다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중부실 상태가 수년간 지속한 기업은 부도 위험이 큰 만성 부실기업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중소·중견 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이중부실기업군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중 부실기업군의 평균 매출은 2009년만 해도 4000억 원에 불과했으나 2013년에는 1조1000억 원으로 뛰었다. 이지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같은 기간의 상장사 전체 평균 매출은 1조5000억 원에서 1조2000억 원으로 감소했는데도 부실기업군의 평균 매출만 3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것은 대기업군의 만성 부실화도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자보상비율이 낮은 기업의 자금 사정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하위 10%인 167개사의 이자보상비율은 2010년 -112%에서 2013년 -378%로 가파르게 떨어졌고, 부채 규모는 2배로 늘어났다. 이들 기업은 100원 벌어서 378원의 금융이자를 갚는 악순환에 빠져 빚을 내 지탱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재무 상태가 건전한 부채비율 하위 10%군과 30%군의 부채 비중은 2007년 각각 53%, 71%에서 2013년 34%, 69%로 줄어 양극화 현상은 극심해진 상황이다.

‘부실기업 쓰나미’ 사태를 우려하는 은행권은 초비상이다. 하나은행은 중점관리기업을 2013년 말 346개에서 지난해 말 385개로 늘리고, 조기 경보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대기업군도 경영난을 겪고 있다”면서 “건전성 유지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모니터링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기업 현장실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서류상으로 진행하는 여신심사와 위험관리만으론 모뉴엘 사태를 막을 수 없다고 보고, 필요한 경우 현장실사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산 10억∼20억 원대의 중소기업 부실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경기침체 장기화로 한계기업이 크게 늘고 있어 기업여신 부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상시위험평가’ 제도를 두고 부실 징후 기업에 대해 서류 및 현장 모니터링을 올해 대폭 강화했다.

이관범·박정경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