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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렬 / 연세대 교수·경영학

지난 9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법인세(法人稅)를 정상화하는 부자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법인세율 22%를 25%로 되돌리면 추가 세수가 확보돼 국민 복지(福祉) 향상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에 법인세 인상을 단순히 세수 확보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글로벌 경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7개국(G7) 중에서 법인세율을 올린 나라는 없으며, 일본·영국·프랑스·캐나다 4개국은 우리나라와 같이 법인세율을 내렸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율을 올린 6개국 중 일부는 만성적인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과 같은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의 하나는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법인세 인하였다.

또한, 미국(35%) 일본(25.5%) 중국(25%)은 우리나라 22%보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높지만,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홍콩(16.5%) 싱가포르(16%) 대만(17%) 태국(20%) 모두 한국보다 법인세 최고 세율이 낮다. 최근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는 미국 및 일본 기업들, 그리고 무섭게 세계시장을 질주할 준비를 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을 볼 때 우리 기업의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 아시아의 용들은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낮은 법인세를 고수하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생각할 때 법인세 인상에 대한 논의는 적절치 않다.

이미 우리 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법인세가 높아지면 선진 다국적 기업들, 중국 및 인도와 같은 신흥 시장의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법인세가 낮은 나라로 사업장을 이전하려 할 것이다. 이 같은 우리 기업의 해외 이전은 국내 일자리 창출 및 가계 소득 제고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런 우리 기업의 해외 이전은 다른 국내 기업들에도 영향을 주며, 우리 경제 발전의 동반자가 돼줄 해외 다국적기업들도 우리 시장 진입을 주저하게 만든다.

법인세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는 만큼 연구·개발(R&D) 투자가 줄어 우리 기업은 미래 성장동력을 개발하는 어려움을 겪게 됨으로써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 그러면 우리 기업의 수익성이 줄어 오히려 법인세 인상 전보다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 우리의 경제 구조상 대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중소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며, 결국 우리 기업 모두가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저성장의 어려운 경제 현실에서 법인세를 인상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경쟁력, 수익 및 투자, 일자리가 줄어들고 경기 불황이 심해져 오히려 지금보다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미국·일본 등 세계 각국이 법인세를 낮추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은 세수 확보를 위한 법인세 인상보다 재정 형편에 맞게 복지를 구조조정하고, 공무원연금 및 노동 시장 개혁 등과 같은 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해 정부 지출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 2015년은 우리 경제 및 기업 성장의 변곡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글로벌 춘추전국시대에 우리는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