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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의 신임 사장 선임작업이 시간이 지날수록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31일 주주총회를 열었지만 신임 사장을 선임하기는커녕 사장 후보군에 있던 부사장들을 이날 자로 퇴임시켰다. 생산담당 총괄 부사장이 여전히 자리에 남았지만, 그는 그동안 사장 후보군에서는 비켜나 있던 인물이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15일 사장추천위원회가 무산되면서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16일 정기 이사회에서 신임대표 이사 선임건이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결국 임기가 만료된 현 고재호 사장이 차기 사장 선임 때까지 권한을 연장받아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봐도 자신의 임기가 한 달이 될지, 두 달이 될지 모르는 사장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커지면서 30일 회사 주가가 2.46% 급락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사장 선임 책임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있다.

그동안 4번 신임 사장을 선임했지만 모두 내부 인사였다. 그러나 이번에 사내 사장 후보군이 물러나면서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높은 곳(?)의 의지로 외부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게 아니냐는 설도 확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공적자금이 지원돼 정부가 대주주가 된 뒤 외압설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대우조선해양의 감사가 외압으로 사퇴했다가 사측과 관련 소송을 벌여 승소한 일도 있었다. 만약 이번에 외압에 의해, 그것도 감사가 아닌 사장이 선임된다면 보통 우려스러운 일이 아니다. 공적자금은 국민의 혈세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회사 경영을 더욱 투명하게 해 자금을 다시 거둬들이는 것이 정부가 마땅히 할 일이다. 이런 의무를 저버리고 ‘잿밥’에만 관심을 둔다면 누가 정부의 개혁 의지를 믿고 따를 것인가. 이런저런 소문 속에 사장 선임이 미뤄지면서 회사만 타격을 입고 있다. 이에 따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박선호 경제산업부 기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