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딴지’ 우윤근(왼쪽)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31일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여당을 앞세워 기한을 정하고 군사작전 하듯 하는 것은 대타협정신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野 “활동시한 명시말자”요구
勞‘대타협기구 연장’과 맞물려
명분획득·비난회피‘이중전략’

與 “숨겨진 방침이라면 큰문제
野 개혁의지 없는 것 드러내”

새정치민주연합이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 구성 협상에서 ‘선(先) 공적연금 개혁 논의’ 카드를 들고 나온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는 대여(對與) 협상력을 높이는 동시에 노조 등 공무원단체의 반발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더 내고 덜 받는’ 내용의 공무원연금에 대한 여론의 압박이 강한 상황에서 ‘공적연금 강화’ 주장을 함으로써 협상 명분을 높이는 동시에, 활동 시한까지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노조의 비난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의미다.

새누리당 측은 이에 대해 “이것이 야당의 숨겨진 방침이라면 정말 큰 문제이고, 협상 전략이라고 해도 지나치게 노조 눈치만 보면서 개혁 의지가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대타협기구 노후소득분과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김성주 새정치연합 의원은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새정치연합은 두 가지 목표가 있다”며 “공무원연금을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국민연금을 상향해서 공적연금 하나만 가지고도 살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공무원연금 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을 지낸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이미 30일 새누리당과의 물밑 협상 과정에서 ‘공적연금 개혁 먼저, 공무원연금 개혁은 이후에’를 골자로 하는 구상을 내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가 실무기구의 활동시한을 정하지 말자고 하는 건 공적연금 협상 때문”이라며 “활동 시한을 명시하면 공적연금 협상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야당의 공적연금 강화 주장은 협상 내용 면에서 공무원노조가 주장하는 소득대체율 상향 주장과도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지지 기반이랄 수 있는 공무원노조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분석된다. 야당이 실무기구의 활동시한을 못 박지 않으려는 것은 공무원단체에서 대타협기구의 시한 연장을 요구하는 것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이제 야당이 할 일은 없다. 실무기구는 의원들 없이 정부와 공무원 위주로 논의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실무기구에서 빠지겠다는 언급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여당은 야당의 개혁 의지 자체를 의문시하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소득대체율 얘기를 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발목을 잡고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4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시점까지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무조건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종·윤정아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