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수 활성화와 취업난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기업들에 임금 인상과 채용 확대를 동시에 요구하면서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년연장과 통상임금 확대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 기업들이 채용 확대를 주저하고 있지만 정부의 요청을 마냥 거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채용 확대 압박을 받아온 은행권은 올해 신규채용을 1000명 이상 늘리기로 했다.

30일 재계 등에 따르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임금 인상과 채용 확대를 요구해온 정부는 기업들의 호응이 기대에 못 미치자 최근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일자리 확대에 적극 나서줄 것을 강하게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통상임금 확대·정년연장 부담과 더불어 경영여건 악화로 현재 신규채용 확대는 고사하고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30대 그룹의 올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6.3%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정부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당초 계획보다 더 뽑아야 하는 건지 고민에 빠진 기업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부의 강한 압박을 받아온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신규채용을 지난해보다 최대 2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대졸 350명, 특성화고 졸업예정자 70명, 장애·보훈 특별채용 80명, 경력단절여성 280명, 시간선택제 전담 관리직 220명 등 총 1000여 명의 채용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590명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늘어난 규모다. 국민은행도 지난해 355명이었던 채용 규모를 올해는 2배가 훨씬 넘는 수준으로 늘려 총 800여 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기업은행도 올해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지난해 220명의 2배 가까운 수준인 400명으로 대폭 확대한다.

박준희·박정경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