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26)이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국제수영연맹(FINA)로부터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박태환은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늘 좋은 모습, 웃는 얼굴로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불미스런 일로 인사를 드리게 돼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죄송하고 무거운 마음”이라며 “부족한 제게 늘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스스로도 용납할수 없는 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박태환이 도핑 파문과 관련해 직접 공식입장을 밝히고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태환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과 관련, “지금 올림픽 출전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제게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또 테스토스테론이 포함된 네비도 주사 처방을 받은 것은 한 번이며 처방 당시 약의 성분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과문 발표에 이어 질의응답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박태환은 중간중간 감정이 격해진 듯 말을 멈추거나 울먹였다. 예민하거나 법적인 사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변호사와 상의해 신중하게 대답했다. 박태환은 FINA 청문회에 함께 출석했던 우상윤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와 함께 동석했다.
　
박태환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인 지난해 9월 초 실시된 약물 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지정한 금지약물이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FINA로부터 선수 자격정지 18개월 징계를 받았다. 박태환의 징계는 소변샘플 채취일인 지난해 9월 3일 시작돼 내년 3월 2일 끝난다. 박태환은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인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은메달 1개와 동 5개도 박탈당했다.
　
다음은 취재진과의 일문일답.

-해당 병원은 2013년 12월에도 주사를 놨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3년 10월 검사에서 호르몬 수치가 낮게 나온 것을 알고 이듬해 7월에야 주사를 맞은 이유는.

▲호르몬 수치가 낮았다는 얘기를 2014년 9월 3일 도핑 양성 결과가 나온 이후에야 그 병원 의사 선생님에게서 듣고 알게 됐다. 2014년 7월 29일 이전에는 주사 맞지 않았다. 2013년 12월에는 주사를 맞았다는데, 2014년 1월 도핑 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네비도는 남성갱년기 치료제다. 남성호르몬 치료제라는 것을 전혀 몰랐나.

▲몰랐다. 혈액검사에서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게 나왔다는데, 혈액검사 한 것은 맞지만 그 결과가 나온 건 알지도 못했다.

-환자이면서도 어떤 치료를 받는지 몰랐다는 말인가.

▲호르몬 진료를 받으려고 찾아간 것이 아니고 피부 관리 때문 갔다. 그 병원은 소개받아서 가게 됐다.

-어떤 치료인지 의사는 당연히 고지해야 하고 환자 본인도 물어봐야 할 의무가 있다.

▲수영을 하기 때문에 피부가 굉장히 건조하고 얼굴이 붉어서 병원에 갔다. 피부관리와 함께 비타민에 대한 처방을 의사가 해주었다. 나는 ‘도핑과 관련된 것은 먹을 수도 없고 문제 되는 것은 할 수 없다’고 의사에게 설명했다.

-도핑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은 언제 알았나. 올해 1월 미국엔 왜 갔나.

▲전국체전이 열리던 2014년 말에 알았다. 11월 3일쯤으로 기억한다. 경기가 끝난 뒤 들었다. 미국은 훈련 장소를 알아보러 간 것이다. 호주에서는 인천아시안게임까지만 마이클 볼 코치와 함께 훈련하는 것으로 얘기돼 있었다.

-자격정지 처분을 받을 걸 알고 있었을 것이고 따라서 미국에 훈련장소를 알아보러 것은 이해가 안 되는데.

▲선수생활을 하면서 문제가 될 행동은 하지 않았는데 그런 얘기(양성반응)를 들으니까 충격이었다. 그 이후 무엇이 정말 문제가 됐는지, 혹시나 샘플 채취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등을 생각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어떤 것을 생각할 수 없었다. 의사도 전혀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그 이후 도핑 이야기 들었을 때 저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은퇴를 선택하지 않은 건 명예회복을 위해서인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해온 것이라곤 수영밖에 없다. 이런 일로 인해 수영을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충격이다. 지금 이 순간 은퇴나 운동선수로서의 목표를 두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많은 사랑과 응원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어찌됐건 실망을 주게 됐다. 일단 먼저 사죄를 드리고 깊이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FINA 청문회에서 검찰 수사기록을 제출한 것으로 안다. 청문위원들에게 고의성이 없다는 부분을 납득시켰나.

▲(변호사가 답변) FINA 청문회에서 다른 변호사가 변론을 진행했다. 청문회 마치고 그 변호사가 평하기를 많이 참작됐다고 했다. 참작한 것으로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하더라. 의사가 왜 기소됐는지는 지금까지 기사에 나온 것이 전부고, 거기에 대해서는 청문위원들의 추가질문이 없었다. 고의로 주사를 맞지 않았다는 부분은 충분히 소명된 것으로 본다.

-의사는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인지 몰랐다고 했고, 호르몬이라는 사실은 몇 번이나 얘기했다고 한다. 호르몬이란 말을 들은 적은 없나.

▲의사는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호르몬 얘기는 안 했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할 것인가.

▲국민 여러분께서도 이번 일로 굉장히 실망을 하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년 올림픽 기회를 준다면 어떠한 힘든 훈련도 잘 견디고 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 출전하는 것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수로서 이런 일로 실망감 안겨 드렸고, 가슴 깊이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맞는 것 같아서다. 지금 올림픽 출전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제게 힘든 일이다.

-과거에 병원에서 치료나 처방을 받을 때 성분이 무엇인지 물어본 적 없나.

▲어렸을 때부터 감기에 걸리면 가는 병원이 있다. 이비인후과인데, 거기서 약을 처방받을 때 항상 (성분) 리스트를 확인했다. (네비도 주사를 맞은) 이 병원에 갔을 때도 도핑 대상자라고 설명했고 의사에게서 (성분) 리스트를 받아 회사에 전해줬다. 당시 매니저도 (성분을) 일일이 체크해본 결과 (문제가) 없었다.

-테스토스테론이나 호르몬이 리스트에 없었다는 건가.

▲그렇다.

-주사는 모두 몇 번 맞은 것인가.

▲지난해 7월 29일 이후에 감기 심하게 걸려서 소염제 주사를 한 번 맞았다. 그 외엔 없다. 그 이전에도 맞은 적 없다.

이준호 기자 j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