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내부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관련해 당초의 동맹국 참여저지 방침을 놓고 ‘오판’ 논쟁이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그동안 AIIB 참여에 대한 불가피성을 오바마 행정부에 설명해 한·미동맹의 균열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워싱턴 DC의 외교 소식통은 “그동안 한국의 AIIB 참여는 중국 시장 교역규모와 국제사회의 흐름에서 불가피한 사항”이라며 “미국 측에 AIIB의 국제사회 기준에 맞는 투명한 운영이 오히려 필요하다는 점을 알렸다”고 밝혔다. 당초 백악관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AIIB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7월에 시드니 사일러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은 “한국은 가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공개 표명했었다.

하지만 국무부와 재무부에서는 미·중 관계가 적대적으로 흐를 수도 있다고 보고 동맹국 참여 저지보다는 AIIB 내부 개혁론이 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대 아래로 주저앉아 경제가 어려워지면 AIIB가 이름만 남거나 중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여기에 최근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주도국가들의 AIIB 참여 선언도 미국이 현실론으로 선회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한국으로서도 어깨의 부담이 크게 가벼워진 상황이다.

이날 제프 래스키 국무부 공보과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의 AIIB 참여 결정에 대해서 “일련의 국가가 최근 AIIB 가입 결정을 내렸는데 그것은 그들 국가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기간시설 투자 확대에 대한 압박이 점증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며 “미국은 현행 국제금융 구조를 강화하고 국제 사회가 구축한 높은 국제기준과 투명성을 충족하는 어떤 다자기구라도 환영한다”고 설명했다. 래스키 공보과장은 “AIIB가 국제사회의 이런 기준을 충족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