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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TPP 가입·사드 배치 등 경제·안보 입맛 맞춰주자 양국 새로운 밀월시대 열어

美서 “한국 피로증” 제기 등 韓·中, 韓·日 관계에 우려감

미국이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한·일 과거사 갈등의 해결보다는 현실적 국익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전략적 행보로 일관하고 있다. 존 베이너(오하이오) 미국 하원의장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대한 상·하원 합동연설 초청장 발송은 미국이 추진하는 가치를 반영한 압축판인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 정계에서는 일본의 과거사 왜곡·부인에 대한 한국의 정당한 거부감을 이해하면서도 풀리지 않는 한·일 관계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정책현안에서 미국의 구심력에서 멀어지는 반면, 일본은 미국의 입맛에 착착 맞는 선택을 하고 있다.

26일 베이너 하원의장의 발표로 공식화된 오는 4월 29일 아베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은 새로운 미·일 동반자 시대를 선언하는 이정표로 떠오를 전망이다. 베이너 하원 의장이 ‘아베 총리는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첫 번째 일본 지도자’라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도 미국의 국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 그동안 미국 의회 내부에서는 아베 총리의 2013년 12월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일본인 A급 전범들에 대한 반복된 도쿄(東京)재판 부정 발언 등을 이유로 의회 연설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존재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미국 농산품의 수출 촉진을 위해 일본의 시장 개방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백악관 역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을 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 DC의 외교 소식통은 “TPP 타결을 놓고 미·일 간 암묵적 합의가 없다면 아베 총리의 합동연설 허용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공화당과 백악관은 떠오르는 중국의 견제와 아시아 리밸런싱(재균형) 전략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도 대일 경제·군사 협력이 필수다. 일본은 한국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핵심장비인 X밴드 레이더 기지 2기의 일본 배치를 이미 용인했다. 현재 아오모리(靑森)현 공군자위대 샤리키(車力) 기지와 교토(京都)부 교탄고(京丹後)시 교가미사키(經ケ岬) 기지에는 X 밴드 레이더가 가동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오키나와(沖繩)현 후텐마(普天間) 공군기지 이전과 양국 미사일방어(MD)체계 통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존 매케인(애리조나)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이 26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일본에서 오랜만에 처음으로 강력한 지도자와 안정된 정부가 나왔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워싱턴 정계 한편에서는 아태지역의 양대동맹인 한국의 박근혜정부가 ‘친중노선’을 펼치고 있다고 보고 우려감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이 바짝 미국에 밀착하는 상황에서 과거사 문제로 한국과 일본이 삐걱거리자 ‘한국 피로증’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결정은 한·미 관계 향방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자신만만 일본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오는 4월 29일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아베 신조 총리가 18일 도쿄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 크게보기도쿄 한국문화원 방화시도 25일 밤 11시 50분쯤 도쿄 신주쿠 요쓰야에 있는 한국문화원 건물에 괴한이 침입해 출입구 쪽 외벽에 라이터용 기름을 붓고 방화를 시도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고 있다. 일본 경찰은 현재 극우파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주일한국문화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