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1곳중 46곳만 1학기 계획
제주도 갈 경우 ‘배 대신 항공’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와 여자중학교가 각각 지난 23일, 25일 수학여행을 떠나면서 본격적인 봄철 수학여행 시즌이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해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 여전히 많은 학교가 구체적인 수학여행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2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1학기 내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교육청에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한 곳은 전체 1331개 초·중·고교 중 단 46개교(3.5%) 뿐이다. 이 중 업체와의 계약까지 모두 완료한 학교는 11개교에 그친다. 현재까지 올해 수학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결정한 학교는 131개교다.

시교육청은 관계자는 “나머지 학교들의 수학여행 계획도 받는 중인데, 전체 비율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학여행 계획을 제출한 46개 학교의 학부모들 동의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초등학교가 91.4%, 중학교 95.3%, 고등학교 93.8%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러나 막상 수학여행을 갈 때 자녀를 불참하게 하는 학부모들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5월 11일부터 여수, 순천 등 호남지역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한 고등학교의 경우 2학년 210명 중 무려 18.6%(39명)가 불참하기로 했다. 오는 4월 22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한 초등학교의 경우도 6학년 314명 중 10.8%(34명)가 불참한다.

안전요원 확보 등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의 안전지침에 따라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은 데다 학부모들을 안심시키는데 시간이 필요해 2학기에 수학여행을 가기로 한 학교들이 많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수학여행을 ‘소규모테마형교육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100명 이하의 소규모 그룹으로 여행하도록 했다. 사전 답사도 2회 이상 가도록 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관계자는 “설문조사 때에는 수학여행에 동의했지만, 안전사고가 날까 불안해하는 학부모님들을 설득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우선 다른 학교들이 어떤 안전대책을 마련하는지를 살펴본 후 2학기 때 구체적인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한 46개교 중 여행지를 제주도로 정한 곳은 절반이 넘는 25개교에 달한다. 이 학교들은 대부분 배편 대신 항공편을 선택했으며, 대부분 저가항공사가 아닌 대형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