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4월 말 방미를 앞두고 일본 우익 역사학자들이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동원 사실을 정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권위지 뉴욕타임스(NYT)가 25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귀향’을 전면에 소개해 주목된다.

한·일 과거사전쟁이 미·일 역사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는 시기에 NYT가 이 영화를 부각시킨 것은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인하는 아베 내각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NYT는 이날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보고 충격을 받은 조정래(41) 감독이 위안부 관련 영화를 제작하기로 결심한 과정 및 이 영화에 대한 주변의 시선과 파장을 집중 소개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태워지는 처녀들’은 오른쪽에 한 무리의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불에 타고 있으며, 그 장면을 일본군 몇몇이 바라보고 있다. 가운데에는 이미 한 무리의 여성을 가득 실은 트럭이 불태워질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듯이 서 있다. 조 감독은 “이 그림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으며, 대다수가 만들려고 하지 않는 위안부 문제를 다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NYT는 ‘한국 영화에서 드러나는 전쟁의 상흔’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조 감독이 위안부 영화를 구상했을 때만 해도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조 감독은 “상업적 성공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고, 한국 사회에서 금기로 여겨진 위안부를 소재로 다룬다는 데 우려도 있었다”며 “일부에서는 ‘치욕스러운 과거를 왜 들추나’ ‘왜 상처에 소금을 뿌리려 하는가’ 등의 질책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왜곡된 역사 인식 등이 일본 보수층을 중심으로 확산하자 영화 제작은 탄력을 받았고, 현재는 올해 8월 15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개봉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필요한 제작비 250만 달러(약 27억5500만 원) 중 지금까지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50만 달러가 모였을 뿐이지만 조 감독은 “영화 일부를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제작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대다수가 소액 후원이며,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 교포들 사이에서도 모금이 이어졌다.

NYT에 따르면 이 영화에 출연하는 거의 모든 배우는 출연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주인공인 영희 역을 원로 배우인 손숙 씨가 맡기로 하는 등 캐스팅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조 감독은 “일본 배우들도 캐스팅했지만, 대부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빠졌다”며 “결국 재일교포들이 도와줬는데, 이들도 대다수가 출연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