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우익 역사학자들과 美양심적 학자간 대립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연구와 관련해 ‘학술의 자유’를 지키려는 미국 역사학자들과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일본 우익 역사학자들 간의 대립이 본격화하고 있다.

동아시아를 연구하는 미·일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충돌은 오는 4월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전후해 더욱 가열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는 25일 아베 내각 및 우익 성향 역사학자들의 미국 역사교과서 수정 압박에 대해 “정치적 목적으로 학술의 자유가 침해당할 수 없다”며 단호한 거부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이날 더든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가가 후원한 인권 유린’이라고 규정한 뒤 “(일본의 역사왜곡 반대 공동성명에 참여한) 우리 역사학자들은 관련 연구와 저술, 강의 활동을 하는 학술적 자유를 지지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더든 교수의 이 같은 학술의 자유 수호 입장은 일본 우익 역사학자들의 미국 맥그로힐사 교과서 수정 요구에서 비롯됐다. 하타 이쿠히코(秦郁彦) 니혼(日本)대 명예교수 등은 지난 17일 도쿄(東京) 주일외국특파원클럽(FCCJ)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하와이대의 허버트 지글러 교수 등이 집필한 맥그로힐사 역사 교과서의 위안부 강제동원 기술 내용 등 8곳에 대해 출판사 측에 수정을 요구했다.

하타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창문 앞에 앉아 그들의 서비스를 전시하는 여성들(성매매 여성)은 암스테르담에도 있고, 일본에도 증기탕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있다”며 “이는 성매매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말했다.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가 국가는 다르지만 다른 동료 역사학자의 연구 내용에 대해 공격적으로 수정을 요구한 셈이다. 더구나 수정 요구 방식도 토론 공간이 아닌 기자회견이라는 다분히 정치적인 무대를 통해 이뤄졌다. 일본의 우익 역사학자들은 공동성명을 발표한 미국 역사학자들과 같은 19명 명의로 수정을 요구했다. 아베 정권의 과거사 왜곡문제를 둘러싼 미·일 역사학자들의 19대 19 싸움은 미 하버드대 지일파 역사학자인 앤드루 고든 교수가 참여하면서 20대 19로 바뀌었다. 더든 교수 등 19명이 주도한 ‘반아베 성명’에 고든 교수가 동참하면서 미국 역사학계의 공동성명 참여 교수가 20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타 교수는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역사학자다. 그는 지난해 일본 정부의 고노(河野)담화 검증과정에 참여해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사실상 부정했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