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안보의 날’ 통합방침
“날짜·성격 다른데 한날 추모… 행정편의주의적 발상” 비판

26일로 천안함 폭침 5주기를 맞은 가운데, 내년부터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제2연평해전 추모행사를 통합해 진행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식 추모행사는 5주기까지만 실시하도록 돼 있는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을 감안해 내린 결정이라고 하지만 “날짜와 성격이 다른 사건으로 인한 희생자들을 한 날에 추모하겠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 천안함 용사 5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0년 4월 29일 천안함 용사 영결식에 참석한 데 이어 1·2주기 추모식에 참석했고, 대통령이 된 이후인 2013년 3주기에도 참석했다. 2014년 4주기 추모식만 핵안보정상회의 참석 등 유럽 순방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불참했고,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추모사를 대독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내년에도 천안함 용사 추모식에 참석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사실상 올해 5주기가 마지막 추모식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훈처는 내년부터 가칭 ‘서해 수호의 날’ 또는 ‘국가 안보의 날’을 정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제2연평해전 추모행사를 통합해 진행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이 ‘공식 추도식 행사는 5주기까지 실시함을 원칙으로 하며, 6주기부터는 현충일 또는 그 밖의 기념일에 현충원에서 합동위령제로 대체한다’고 돼 있는 점을 감안, 보훈처가 현충일 합동위령제와 별개의 추모행사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보훈처의 방침은 2000년대 들어 서해 수호를 위해 싸우다 순직한 희생자들을 위한 별도 추모행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역풍이 일고 있다. 우선 제2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천안함 폭침은 2010년 3월 26일, 연평도 포격 도발은 2010년 11월 23일 발생해 통합 추모행사 날짜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정부가 이들 세 날짜 외에 ‘제4의 날짜’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통합 추모행사 실시에 앞서 보다 광범위한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별도 추모행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