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 다시 본 폭침상황

2010년 3월 26일 21시 21분 57초.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PCC-772’ 천안함이 폭침된 시각이다. 천안함은 북한 잠수정이 쏜 수중 어뢰 단 한발을 막지 못해 46용사가 산화했다. 10여 년 전인 1999년 6월 15일 제1연평해전 당시 북한 어뢰정에 맞서 분전하고 승리를 이끌어냈던 그 천안함이었다.

천안함 폭침은 북한이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한 도발이었다. 연어급 잠수정 훈련, 침입을 위한 서해 해상 기상 추이 분석, 폭침 D-데이 결정 및 귀환 루트 점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명령에 따른 전격적인 군사작전 감행으로 이어졌다. 당시 수역 상황과 천안함의 기동, 민군합동조사단의 판단과 북한 잠수정 공격 방법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다.

폭침 당일, 북한 잠수정은 25일 오후부터 천안함 경비 수역 외곽에 진입, 매복하며 기다렸다. 드디어 26일 밤. 이날 밤은 월광 81% 수준으로 달빛이 좋아 표적 탐지 및 식별도 비교적 쉬웠다. 백령도 방향으로 나아가던 천안함은 오후 9시 10분 북서 방향으로 급전환을 했다. 천안함은 오후 9시 17분쯤 마침내 북한이 공격하기 쉬운 수심 50m 지점으로 접어들었다. 천안함은 함의 좌현을 잠수정에 그대로 드러낸 채 북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잠수정이 천안함 중앙을 공격할 수 있고 명중률이 극대화된 최적의 각도였다.

북한 연어급 잠수정은 29m 크기로, 좌우 발사관에 폭발 장약 250㎏, 무게 1.7t의 중어뢰 CHT-02D 2발을 장착하고 있었다. 천안함 항적을 추적하던 북한 잠수정은 수심 40m 지점에서 공격 대기를 하다 수심 10m로 부상해 잠망경을 꺼내 천안함 불빛을 확인했다. 다시 잠항한 뒤 천안함과 거의 같은 속도로 접근하면서 3㎞ 떨어진 거리에서 어뢰 1발을 발사했다. 어뢰는 수심 30m 지점에서 유속 2.89노트의 썰물을 가르며 30노트 이상의 속도로 비스듬히 상승했다. 어뢰는 천안함의 추진기와 엔진에서 방사되는 소음을 탐지해 가스터빈실 방향으로 진입했다. 어뢰는 천안함을 향해 곧장 나아가 가스터빈실 좌현 3m 아래, 수심 약 6∼9m 부근에서 근접신관의 감응으로 정확하게 폭발했다. 어뢰 발사 후 3분 남짓 한 시간이었다.

폭발 몇 초 후 물기둥이 함 중앙을 치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명중임을 확인한 잠수정은 서해 공해 상으로 도주했다. 피격 1시간 20분 후 대북 경계와 도주로 차단을 위해 사고 해역에 도착한 속초함은 북쪽 서해 북방한계선(NLL) 방향을 수색하다가 레이더에 걸린 특이 물체를 탐지하고 포탄을 쏘기 시작했다. 이미 북한 잠수정은 서쪽 작전경계선(AO)을 벗어난 뒤였다. 최신형 연어급 잠수정은 30일 북한기지에 복귀했고, 이는 위성사진에 의해 31일 식별됐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