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백화점 1%대 성장… 대형마트 3년째 마이너스

외식업 경기지수도 하락… 패션업계 잇단 매장 철수

경기 화성에서 건축용 패널 제조업체에 종사하는 김모(37) 씨. 그는 “업계 모임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온 얘기가 ‘올해는 어떻게든 살아남기만 하자’는 것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A 제약업체의 중견 간부인 이모(45) 씨는 “협력사 중에 매출이 100억 원대에 가까운데도, 수익성 하락과 자금회전이 막히면서 부도위기에 몰린 곳이 있다”며 “경기가 좋지 않으면 드링크류조차 팔리지 않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주변에는 훈풍이 분다지만 내수시장의 침체는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소득정체와 가계부채 증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일부 업종의 경우 연쇄적인 구조조정의 소용돌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6일 유통·소비재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이 지난해 사상 초유의 1%대 성장, 대형마트는 3년째 마이너스 성장에 그친 가운데 올해도 회복세를 찾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닐슨코리아 분석을 보면 지난해 하반기 16개 소비재 품목 가운데 성장세를 보인 것은 불황에 잘 팔린다는 주류(맥주·소주)와 제과류, 오랄케어뿐이었다. 소매유통업 판매액은 지난해 1.4% 증가에 멈춰 2013년에 이어 2년째 정체현상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도 매기가 없어 혼수, 이사에 따른 가전 수요 등에 근근이 기대고 있는 형편”이라며 “연초부터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파동,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 제정 움직임 등 소비재업계 입장에서는 온갖 악재만 나온 데다, 연휴조차 예년보다 모자라는 등 전망이 밝은 게 하나도 없다”고 푸념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외식업 경기지수 하락이 말해주듯 외식업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의복소비 감소로 인해 패션업체도 이익이 줄자 비효율 브랜드를 버리거나 매장을 철수하면서 감원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고용불안이 심화된 상황에서, 전세금 상승과 월세 전환율 확대 등 주택비용 상승에 따른 가처분소득의 감소는 올해 유통 산업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민종·임대환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