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적으로 늦어도 집권 2년차 후반기에 실시되던 전(前) 정부의 정무직 각료들에 대한 훈장 수여가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아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해석은 특히 최근 진행 중인 ‘경제살리기’ 차원의 전방위 사정이 상당수 전 정부 출신 인사들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일단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전 정권에서도 대부분 집권 2년차 후반기에 전 정부 각료들에 대한 훈장수여가 있었다”면서 “훈장수여 여부는 특별한 규정은 없지만, 대개 관례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렇게 따지면, 지난해에 전 정권 각료 출신들에 대한 훈장 수여가 이뤄져야 했으나 세월호 사고라는 대형참사 발생으로 국민적 정서를 감안해 실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행자부 자료에 의하면 MB정부 시절에는 정무직 240명에 대한 훈장수여가 있었으며, 이 중 76명은 전 정권인 노무현정부 때 인사들이었다. 또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153명에게 훈장이 수여됐고, 이 중 36명은 김대중(DJ)정권 때의 각료였다. 정부가 전·현 정부 갈등설에 손사래를 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훈장을 받더라도 경제적 이득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고 있다. 헌법 11조 3항은 ‘훈장 등의 영전은 이를 받은 자에게만 효력이 있고, 어떠한 특권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다’고 돼 있어 연금 등과 연계한 특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훈장 수여가 특별한 규정 없이 관례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정말로 국가에 공헌하고 기여한 이들에게 훈장이 주어지도록 관련 규정을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