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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깊은 역사와 많은 문화유산을 가졌고, 현대예술도 혁신적입니다. 하지만 오직 케이팝(K-POP)에만 몰두해 한국을 세계에 알리려는 듯합니다. 그건 마치 하나의 골프채만 이용해 골프를 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함 셰필드(63·사진) 영국문화원 본부 예술사업 총괄본부장은 1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류(韓流)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더 많은 문화 콘텐츠를 아울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비슷한 스타일의 케이팝은 한순간 ‘스테레오타입’이 돼버려 한국인들은 ‘강남스타일’만 좋아하는 사람들이란 국제적 편견을 얻게 될 것”이라면서 “한국 문화는 케이팝을 넘어 더 다양하고 풍부한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셰필드 총괄본부장은 15년 전 영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당시 토니 블레어 총리는 ‘쿨 브리타니아’라는 정책을 통해 국가주도로 영국의 대중문화를 세계에 알리려 했다. 영국 걸그룹 ‘스파이스 걸스’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던 것도 이때다. “한동안은 좋았지만 그걸로 끝이었죠. 당시 영국이 깨달은 것은 혁신적인 디자인, 건축기술, 문화유산 등 현대와 전통을 결합해 더 넓은 문화를 아울러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영국의 문화는 ‘스파이스 걸스 문화’가 될 뿐이죠.”

그는 “교육 등을 통해 공공예술 분야를 육성하고, 일반인들이 참여하고 싶은 욕구가 느껴지는 문화를 만들어야 문화예술분야가 성장하고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 “여기에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선순환 시스템이 만들어져야지 정부가 그저 밀어붙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셰필드 총괄본부장은 지난 17일 한국과의 문화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방한했다. 영국문화원은 영국 왕실이 인가한 국제 문화교류·교육 정책 수행기관으로, 그는 2011년부터 영국의 대외적인 문화예술 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임무를 맡아왔다. 문화예술계에 기여한 공로로 대영제국훈작사(CBE·Commander of the British Empire)도 받았다. 그는 “한국이 디지털 기술과 예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영국도 많은 혁신가들이 있기 때문에 두 국가가 협력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최근 한국과 영국의 문화 협력은 ‘셰익스피어’를 통해 나타난다. 영국문화원은 한국 국립극장과 영국의 극장을 연계해 창극 형식의 공연을 준비 중이다. 그는 “2016년이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인 만큼 한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와 함께 기념할 계획”이라고 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