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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질 손’ 예고…한 타자에 ‘손바꿈’ 안돼

야구선수의 프로필을 보면 어느 손으로 공을 던지고 타격하는지 설명이 돼 있다. 보통은 우투우타, 좌투좌타 식으로 던지는 손과 타격하는 손이 같지만, 우투좌타나 우투양타 등으로 소개된 경우도 있다. 오른손잡이가 연습을 통해 좌타자가 됐거나 양손을 모두 쓰는 스위치 타자가 된 사례다. 축구에도 왼발, 오른발을 가리지 않고 자유자재로 드리블과 슈팅을 하는 선수들을 찾아볼 수 있다. 어느 쪽 손발을 쓰느냐에 따라 실력이 좌우되기도 하는 스포츠 세계의 묘미를 들여다봤다.

최우석(22·한화·위 사진)은 지난 2월 18일 일본 요코하마 2군과의 연습경기 8회에 등판, 우완 투수로서 우타자 2명을 상대했다. 이어 좌타자가 나오자 그는 좌완 투수로 변신해 타자를 요리했다. 지난 4일 미국에서는 팻 벤디트(30·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시범 경기에서 오른손과 왼손으로 한 타자씩을 잡아냈다. 왼손 투수면 우타석, 오른손 투수면 좌타석에 들어서는 스위치 타자를 넘어 이제는 타자에 따라 손을 바꾸는 ‘스위치 투수’까지 등장한 것. 야구에서 양손을 쓰는 선수에게 특별한 이점이라도 있는 것일까.

◇양손잡이 왜 나타나나 = 야구에서는 좌타자가 유리하다는 게 통설이다. 좌타석에 들어서면 1루까지 거리가 가까워진다. 또 대부분 투수가 우완인데, 우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우완 투수의 변화구가 좌타자에게는 몸쪽으로 다가오는 공이라 치기 편하다. 대신 좌완 투수에게는 약점을 안게 된다. ‘그렇다면 매번 투수가 던지는 반대 쪽에서 치는 게 최선 아니냐’는 발상이 스위치 타자의 이론적 근거다. 반대로 투수라면 타자와 같은 손으로 던지는 게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이제는 스위치 투수까지 나오게 됐다.

◇스위치 타자 =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올해 프로야구 등록 선수 628명 가운데 스위치 타자는 서동욱(넥센) 등 7명뿐이다. 그나마 3명은 투수라, 진짜 스위치 타자는 4명에 불과하다. KBO 리그(프로야구 1군) 역대 최고 스위치 타자로는 박종호와 장원진, 펠릭스 호세 등을 꼽을 수 있다. 박종호는 2000년 현대 소속으로 타율 0.340을 기록, 최초의 스위치 타자 타격왕에 올랐다. 호세는 KBO 리그 4시즌 동안 통산 타율 0.309에 홈런 95개를 날렸고, KBO 리그 최초의 1경기 좌·우타석 홈런 기록 보유자다. 두산에서 뛴 장원진은 2000년 170안타로 최다안타 1위를 차지했다.

스위치 타자의 역사가 1871년 봅 퍼거슨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스위치 타자는 드물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스위치 타자는 18명. 빅터 마르티네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파블로 산도발(보스턴 레드삭스) 등이 대표적인 현역 스위치 강타자다.

◇스위치 투수 = 스위치 투수가 되기는 더 힘들다. 3세 때부터 꾸준히 양손 투구를 연습했다는 벤디트조차 프로 데뷔 7년 만에야 비로소 빅 리그 진입을 노리고 있을 정도. 메이저리그 역대 스위치 투수는 5명뿐이고, 그나마 1900년 이후로는 1995년 은퇴한 그레그 해리스가 유일하다. 최우석도 야구를 시작한 7세 때 왼손 투수였다가 초등학교 시절 오른손으로 바꾼 경험이 있어 도전해 보는 것이다.

스위치 투수는 야구 규칙 개정까지 초래했다. 벤디트는 2008년 6월 싱글A 경기에서 스위치 타자 랠프 엔리케스와 대결했다. 서로 던지는 손과 타석을 계속 바꾸는 신경전이 이어졌다. 결국 심판이 양팀 감독과 합의 하에 엔리케스를 우타석에 세웠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곧바로 ‘투수가 먼저 어느 손으로 던질 지 밝혀야 하고, 동일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에는 손을 바꿀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KBO도 이를 준용, 지난 5일 야구 규칙에 조항을 추가했다. 한편 스위치 투수는 던지는 손을 바꾸려고 이닝 중간에 글러브를 교환할 수 없다. 대신 손가락 6개가 달린 양손 글러브를 쓴다.

◇양손잡이 진짜 유리한가 = 양손 타격이 꼭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메이저리그 스위치 타자 통산 최고 타율은 프랭키 프리시의 0.3161로, 5000타석 이상 타자 가운데 50위에 불과하다. 역사상 가장 균형잡힌 스위치 타자로 꼽히는 치퍼 존스의 타율은 0.3034(104위), 역대 최다안타 1위 피트 로즈의 타율은 0.3028(109위)이다. 게다가 로즈(좌타석 타율 0.307, 우타석 0.293)나 존스(좌타석 0.303, 우타석 0.304)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뛰어난 스위치 타자라도 타석에 따라 편차가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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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스위치 투수 팻 벤디트가 양손 글러브를 들고 있는 모습. AP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