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상승률 조사
최저임금영향률도 14배↑

우리나라 최저임금 인상률이 전산업 명목임금 상승률의 2배에 달해 영세·중소기업의 지급 능력을 넘어선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이들 업체의 고용을 위축시켜 실업문제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한 ‘최저임금 인상, 약인가 독인가’ 토론회에서 김판중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은 “2000년 이후 16년간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9%로 같은 기간 전산업 명목임금 상승률 3.9%의 2배, 생계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물가상승률 2.7%의 2.9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1%(5만4000명)에 불과하던 최저임금 영향률(최저임금에 직접 영향을 받게 되는 근로자의 비율)은 2015년 14.6%(267만 명)로 증가했으며 이는 전통적으로 높은 최저임금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프랑스(12.3%)보다도 높고 영국(5.0%), 일본(4.9%)에 비해서는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김 본부장은 “최저임금의 부정적 효과가 청년·여성·고령자 등 취업 취약계층의 노동시장 진입 제한 등으로 집중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저임금 일자리가 보다 안정적이고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일자리로 가는 디딤돌이 돼야 하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이런 연결고리가 끊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최창규(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최저임금을 균형임금보다 높게 강제하는 경우 노동 공급은 증가하는 반면, 노동 수요(고용)는 높은 임금으로 인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허희영(경영학) 한국항공대 교수도 “중소기업의 인건비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면 대기업에 납품하는 가격에 반영하거나 해외 생산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대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거나 국내 일자리 상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최 교수는 “최저임금을 실시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근로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높여서 노동시장을 왜곡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초연금이나 근로장려세제 등을 보완해 사후적·실질적으로 저소득 근로자가구의 소득을 보강해 주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