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한·미 해상기동훈련 한·미 해군이 12일 동해 상에서 독수리연습의 일환으로 해상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두 나라 해군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과 라센함을 비롯해 구축함·호위함·초계함 등 10여 척의 수상함과 잠수함, 그리고 해상초계기 등의 전력이 참가했다. 연합뉴스

정부 “이런 식 공개 곤란”항의
한·미 미묘한 갈등기류 노출

유승민 등 여당 공론화 제기에
靑서 서둘러 불끄기에 나서자
美, 다시 강하게 압박하는 형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를 위한 부지 선정 문제를 놓고 한국과 미국 정부 간 미묘한 갈등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주한미군사령부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면서까지 부지 실사 사실(문화일보 3월 12일자 1·6면 참조)을 공식 시인하는 등 언론 공개를 둘러싸고 양국 정부가 마찰을 빚은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정부는 “이런 식으로 (사드 배치 실사를) 공론화하면 곤란하다”는 취지의 말을 주한미군 측에 건넸고 주한미군과 한미연합사 측은 이에 대해 “문제 될 것 없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철저히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온 한국 정부는 사드 실사 문제와 관련해 ‘공식 해명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가 주한미군 측과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위해 지난해 초 국내 5개 지역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으며 이 가운데 주한미군 기지가 있는 경기 평택시와 한국군 1군사령부가 위치한 강원 원주시,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기간시설이 있는 부산 기장군 인근 3곳을 예비후보지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입장 자료를 내놓자 한국정부가 항의하는 등 양국 간에 신경전이 오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국방부의 항의에 주한미군 측은 ‘비공식 조사가 진행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며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또 한미연합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가 ‘부지 선정을 위한 비공식 실사’를 공식 인정한 자료를 낸 것은 “‘3NO’가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는 청와대의 언급이 나온 지 하루 뒤에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3NO’는 사드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요청을 받지도(No Request), 협의한 적도(No Consultation), 아무것도 결정된 바 (No Decision) 없다”(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는 의미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 등 여권 내부에서 잇달아 사드 배치 공론화를 제기한 가운데 청와대가 선 긋기에 나서자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청와대가 미국 측으로부터 아무 시그널이 없었던 것처럼 발언하며 사드 논의의 불을 끄려 시도한 데 대해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을 비롯한 미국 정부가 입장 자료를 통해 사드 한국 배치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는 등 사드 논의 불지피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정충신·정철순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