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까다로운 조건 내세워
TPP - RCEP 양자택일 요구

한국 외교가 미국과 중국이라는 주요 2개국(G2) 간 세력다툼 속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국익이 달려 있는 안보나 경제 현안을 추진할 때마다 딜레마에 봉착하는 모양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를 둘러싼 미·중 간의 대립과 이에 따른 정부의 모호성 전략 입장 유지는 안보 샌드위치의 중요한 사례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놓고도 한국은 양자택일을 강요당하는 형국이다. 안보적으로는 한·미동맹, 경제적으로는 한·중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에 기대고 있는 한국 외교의 구조적 딜레마이기도 하다.

정부는 13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공식 제안했던 AIIB 가입 문제를 놓고 최종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IIB는 중국이 미국·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는 성격이 짙다. 미국은 AIIB 내 중국 지분이 너무 높다는 이유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해왔다. 정부는 AIIB 가입과 관련해 미국과 협의해 왔으며, 미국은 최근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경험이 많은 미국에 AIIB 가입 문제를 물어봤고 미국은 지분이나 이사회 권한 등 국제기준을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한국의 딜레마는 미국 주도의 TPP와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간 충돌 속에서도 드러난다. 정부는 TPP 가입 문제를 미국과 논의하는 동시에 중국과도 RCEP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안보에 이어 경제 분야에서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미·중의 압박은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브루스 허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는 “한국이 아태지역 경제에서 핵심 역할을 하듯이 향후 TPP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질세라 중국은 오는 15일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의 방한을 통해 사드 한국 배치 반대 입장을 내놓고 AIIB 가입을 적극 요청할 태세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