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9일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가운데 지난해 3월 한국과 독일 간 정상회담에서 있었던‘한·일 과거사’ 관련 메르켈 총리의 발언 내용에 다시 관심이 쏠린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3월 27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 정치인들의 과거사 망언과 왜곡발언 등에 대해 “박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다자 간에 협의체를 구성하면 협력에 관한 부분을 논의하면서 주제를 광범위하게 넓힐 수 있고 지역 안보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와 같은 발언은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행하고 2차 대전 중 국가적으로 진행됐던 일본군 위안부 존재를 부정하는 일본과 이를 비판하는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모여 역사문제를 공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당시 역사 문제에 대한 메르켈 총리의 인식은 명확했다.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만찬에서 메르켈 총리는 “유럽통합이 가능했던 것은 독일이 과거사를 청산했기 때문”이라며 “과거 잘못을 저지른 독일이 다른 나라에 무엇이라고 할 입장은 아니지만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과거사를 청산할 수 있었으며, 앞을 바라보며 미래를 구상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을 종합하면 동북아 안보에 있어 역내 화합을 막는 원인은 일본의 과거사 부정에 있으며,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화합이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메르켈 총리가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어느 수준으로 정리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일본은 2차 대전에서 독일과 함께 추축국으로 전쟁을 일으킨 전범 국가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행보에 있어 독일과 비교됐다. 이 때문에 일본 정치인들은 메르켈 총리가 과거 독일 지도자의 유대인 탄압 관련 사과 발언과 나치 수용소 방문 등 치유 행보와 유사한 발언 등을 방일 과정에서 행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내보이기도 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