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남 하동군은 지난 1월 8일 군청 앞 광장에서 100원만 내면 농어촌버스 정류장이나 읍·면 소재지까지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행복 택시’ 운행 발대식을 가졌다. 하동군청 제공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는 농어촌 마을 주민들이 택시를 불러 100원이나 시내버스 요금(1300원 내외)만 내면 읍내나 면 소재지까지 태워다 주고 나머지 요금은 자치단체 예산으로 지원하는 교통 복지제도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등 붐을 이루고 있다. 이 제도는 지역별로 ‘100원 택시’를 비롯해 ‘희망 택시’ ‘효도 택시’ ‘마실 택시’ ‘사랑 택시’ ‘따복 택시’ ‘별고을 택시’ ‘천원 택시’ 등 이름도 다양하다.

9일 이 제도를 전국 최초로 도입한 충남 서천군에 따르면 두메산골 주민들의 교통복지를 위해 지난 2013년 6월부터 버스가 다니지 않는 6개 읍·면 23개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100원만 내면 이용할 수 있는 ‘희망 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희망 택시’는 마구잡이로 이뤄지는 ‘퍼주기 식 복지’가 아닌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시행돼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방자치법을 바탕으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과 대중교통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 공직선거법 등에서 제한하고 있는 사항들을 풀어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주민지원책이라는 것이다. 시골 지역의 교통복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찬사가 이어지며 전국적인 관심을 받자 지난해에만 100여 개 지자체 공무원들이 ‘희망 택시’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아오는 등 방문과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 6·4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이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들이 줄을 잇기도 했다.

이러한 제도 도입·시행이 가장 활발한 곳은 강원도다. 도는 지난해 7월부터 춘천·횡성·영월·평창·양구 등 5개 시·군 15개 마을에서 시내버스 요금에 해당하는 1100∼1200원만 내면 이용할 수 있는 ‘희망 택시’를 시범 운영한 데 이어 올해는 원주·강릉·삼척·홍천·정선·화천·인제·양양 등 13개 시·군 50개 마을로 확대했다.

전남도는 이낙연 지사의 대표적인 생활공약으로 ‘100원 택시’ ‘효도 택시’ 도입이 적극 시행·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보성·화순에서 시행한 데 이어 올 들어 나주·곡성·영암·고흥·강진·완도·영광 등 7개 시·군이 추가 도입했으며 4월에는 광양시와 장흥군도 운행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보성군은 농어촌 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36개 마을(총 688명)에 대해 1인당 이용권을 몇 장씩 주는 것이 아닌 ‘마을 총량제’ 개념으로 1개 마을당 연령 제한 없이 매월 180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화순군은 버스 정류장으로부터 1㎞가 넘는 37개 마을 만 65세 이상 주민 534명에게만 1인당 매월 정해진 이용권을 주는 등 지역 실정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옹태마을과 두서면 선태마을, 수정내마을 및 경북 의성·성주·상주·봉화·청송·칠곡, 경남 거창·하동 등에서도 각각 ‘마실 택시’ ‘희망 택시’ ‘별고을 택시’ ‘행복 택시’ ‘천원 택시’ ‘100원 택시’ 등 다양한 이름으로 운행되고 있다.

경기 안성·여주·포천·화성·양평 등에서도 오지마을 주민들이 각각 500∼1100원에 택시 이용이 가능한 ‘행복 택시’ ‘사랑 택시’를 운행 중이다.

충북도는 시내버스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골마을 행복 택시’를 오는 7월부터 100개 마을에서 시범 운행한 뒤 내년 150개, 2017년 200개 마을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100원 택시가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확산하는 것은 주민과 택시업계는 물론 자치단체도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오지 주민들은 약 1시간 정도 걸어 다니던 시골길을 값싼 요금으로 택시를 이용해 읍·면과 전통시장, 병·의원 등을 쉽게 왕래하는 등 이동권 확보와 복지증진에 큰 도움을 받아 환영하고 있다. 불황인 택시업계도 이용객이 늘면서 1대당 월 40만∼60만 원 정도의 수입이 늘어나 크게 반기고 있다. 황인귀 서천군 교통팀장은 “‘희망 택시’ 운행 지원금이 비수익 버스 노선 지원금의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데다 산간벽지에 시내버스가 다닐 수 있는 도로(폭 3m)를 건설하는 비용도 들지 않아 예산절감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서천=고광일 기자 kik@munhwa.com,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