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 등
청구 위한 법리검토 착수
헌재 “法 발효전에도 판단”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법이 시행되는 2016년 9월 전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청구될 것으로 보인다. 법이 통과된 지 하루만인 4일부터 벌써 헌법소원 청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가 시행 전 법률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헌법소원이 청구됐을 때 어떤 판단을 할지 주목된다. 김영란법 규제 대상에 사립학교 교직원과 임직원까지 포함되면서 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 등에서는 헌법소원 청구를 위한 법리검토를 하고 있다. 이현진 협의회 총무부장은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법적으로 공공기관이 될 수 없는 사립학교 교원과 임직원까지 공무원과 같이 취급하는 법을 납득할 수 없으며, 헌법소원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재법에 따르면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헌재 관계자는 “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시행될 것이 확실하면 법이 발효되기 전에도 현재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며 “다만, 김영란법의 조문이 매우 많아 구체적으로 어떤 조항이 헌재 심판 대상이 될 수 있을지는 지금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헌재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정확히 확인해야겠지만 시행 전 법률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대로 시행되면 법원이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할 수 있다. 헌재법에 따라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가 전제가 되는 사건은 법원이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으로 위헌 심판 제청을 할 수 있다. 김영란법으로 기소된 피고인이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기각당하면,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도 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