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 폐회를 하루 앞둔 2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장시간 논의 끝에 김영란법 제정 원칙에 합의했다. 그동안 여야는 온갖 고심을 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법안에 포함시켜야 할 부분은 배제하고, 포함시켜선 안 될 부분은 끌어들였다. ‘공직’을 넘어 민간 영역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 물타기 하는 한편, 김영란법 원안의 핵심인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부분은 쏙 뺐다. 결국 ‘반(反)부패법’으로서의 실효 또한 의심스럽게 됐다.

여야 지도부는 적용 대상에 국민권익위 원안은 물론, 정부 원안에도 없던 민간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시킨 국회 정무위 대안을 그대로 추인했다. 민간의 부패도 당연히 척결 대상이지만 공직 반부패법으로 포괄하는 것은 위헌·과잉 입법이다. 공·사(公私) 경계를 흐릴 뿐 아니라, 민간 각 영역에서도 공익 가치 기준을 차별·차등화함으로써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정성 측면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에 이송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위헌성을 적시해 국회에 재의(再議)를 요구해야 할 상황이다.

김영란법은 원래 공직부패 차단이 목적이다. 2011년 6월 14일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제안한 법이 ‘공직자의 청탁수수 금지 및 사익(私益)추구 금지법’이었고, 이듬해 8월 22일 입법예고한 법이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었다. 국회는 2013년 8월 5일 정부 법안을 제출받은 뒤 방치하다가 ‘국회의원이 세월호 선장과 다르지 않다’는 공분에 밀려 논의에 착수했다. 그 뒤에도 직무 관련성 등을 둘러싸고 편법과 꼼수가 넘쳐났다. 여야는 공직자 가족 범위를 배우자로 좁히기로 담합했다. 최근 방산비리 수사에서 전직 해군참모총장의 아들이 연루된 사실조차 무시했다. 시행은 1년 6개월 뒤로 미뤘다.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내년 5월 말까지임을 고려하면 현 임기를 무풍지대로 넘기겠다는 후안무치(厚顔無恥)다.

공직자의 부당한 사익 추구를 봉쇄하기 위한 이해충돌 취지의 배제는 근본적 변질이다. 미래의 이해충돌까지 금기시하는 미국 정부윤리법과 달리 이 문제를 별건 입법 의제로 돌리는 식으로 제외한 것은 김영란법다운 김영란법에 대한 근원적 거부감 때문으로 비친다. 다각도로 기형화한 김영란법을 진정한 ‘공직 반부패법’으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