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228곳 중 56곳
현정부 들어 규제개선 ‘제로’

전남의 A 건설사는 3년 전 2종 일반 주거지역에 지구 단위계획을 세워 15층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3개월 동안 협의했다.

A 건설사는 구청 요구 자료를 충실히 준비해 인허가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구청은 교통과 경관 등을 문제 삼아 최종 불허 판정을 내렸다. 불허 이유가 도무지 납득가지 않았던 A 건설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최근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A 건설사 대표는 “행정소송에서 승소는 했지만 3년간 이자 부담과 세금 등으로 이미 손실액이 100억 원대에 달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의 B 폐기물 처리업체도 지자체 횡포에 피해를 입었다. 3년 전 폐기물 처리 사업계획서를 지자체에 제출했는데, 지자체가 분진이나 악취 등을 이유로 검증자료를 요구한 것이다.

B 업체가 “문제없다”는 전문기관의 환경영향평가 용역 보고서까지 제출했지만, 끝내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 업체도 행정소송을 제기한 끝에 최근 승소했지만, 지자체의 트집잡기식 규제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중앙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인허가를 맡고 있는 지자체의 규제개혁은 갈 길이 먼 것으로 분석됐다.

3일 대한상공회의소의 ‘전국 규제지도’에 따르면 전국 228개 지자체(226개 기초 지자체+세종특별자치시+제주특별자치도) 가운데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간 자치법규 규제 개선 실적이 단 한 건도 없는 지자체가 56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3년간 211개 지자체가 행정소송을 당했고, 이 가운데 패소율이 50%를 넘는 지자체도 22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