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연천 등 58곳선 11~20일
충북 단양·강원 영월은 짧은편

박근혜정부가 규제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걸면서 중앙정부는 규제개혁에 총력을 기울이는 데 반해 민원인들과 직접적인 접촉이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은 규제개혁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기업인이 어떤 지역에 공장설립 허가 신청을 내도 자치단체별로 설정된 내부협의 기간이 공무원들 마음대로 제각각이었다. 규제개혁을 위한 중앙정부의 노력이 지방으로는 확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3일 문화일보가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와 세종특별자치시, 제주특별자치도가 포함된 대한상공회의소의 ‘2014년 전국규제지도’를 분석한 결과, 공장설립 신청을 한 후 거쳐야 하는 자치단체의 내부 협의 기간이 단 하루면 끝나는 곳이 있는가 하면 20일을 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협의 기간이 20일을 초과한 곳은 서울 강동구와 대구 북구·강원 고성군·강원 평창군·전남 담양군 등 5곳이었다. 16일에서 20일이 걸리는 곳은 전남 구례군, 경기 연천군 등 20곳이었고, 11∼15일이 걸리는 전남 화순군과 경북 구미시 등 38곳도 기업인들이 대표적으로 공장을 세우기 힘든 지역으로 꼽혔다.

일관성 없는 행정 때문에 기업인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지난 3년간 공장 설립 승인 실적이 없는 자치단체도 52곳이나 됐다. 이밖에 내부협의 기간이 6일에서 10일이 걸리는 곳은 부산 서구와 충남 천안시 등 66곳이었고, 1∼5일로 비교적 짧은 편에 속하는 곳은 충북 단양군과 강원 영월군 등 47곳이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선 중앙정부가 규제개혁 의지를 자치단체에 단호하게 보여주는 한편, 당근(인센티브)과 채찍(예산 축소)을 병행해야 피규제자의 입장에서 규제개혁에 나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자금을 융통해 공장 설립을 진행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행정처리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일부 자치단체와 해당 공무원의 행태에 따라 기약 없이 업무추진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규제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업무처리 관행 같은 숨겨진 규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규제지도를 만들어 지자체별 기업환경 순위와 등급을 발표한 대한상의는 앞으로 매년 평가 항목을 확대, 기업 하기 좋은 지자체를 조사하고 규제개선을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