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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 관리가능 수준’ 평가
금리 낮춰 질적 개선한다지만
전체 부채 1060兆중 20兆뿐

금융권선 채권 매입 등 부담
“은행 떠넘기는 新관치” 비판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부채 대출의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26일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아 ‘시한폭탄’으로 인식되는 가계부채 위험성이 줄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 속도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내외 충격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가계부채의 질적구조 개선에 집중키로 했다.

오는 3월 파격적인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안심전환대출’(단기·변동금리·일시상환→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전환용 주택담보대출)을 선착순으로 20조 원 가까이 시중은행을 통해 출시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권은 금융당국이 경기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섣불리 가계부채 감축 정책을 동원했다가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금융위원회 발표 등을 보면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통계를 기준으로 지난해 9월 말 현재 가계부채 총량은 1060조3000억 원이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554조6000억 원, 기타 대출(판매 신용 제외)은 448조3000억 원이다.

지난해 8월 LTV·DTI 규제 완화 이후와 기준금리 인하 등의 효과로 가계대출의 양적 규모는 예년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동안 늘어난 규모는 39조6000억 원으로 전년동기(21조5000억 원)의 두 배 수준에 육박했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소득 4∼5분위의 고소득 차주가 가계부채의 70%를 차지해 상환능력이 양호한 점과 금융자산이 금융부채 대비 두 배 이상 많고 부동산 등 실물을 더한 총자산이 총부채의 5배 이상이어서 담보력이 양호하기 때문에 관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 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 부담 경감, 신규대출의 상당 부분이 주택 구입 등 생산적인 곳에 쓰이고 있다는 점 등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분석했다.

그 대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금리 인상 등 대내외 충격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고, 상호금융권의 상가·토지 담보대출 증가 등을 억제하며, 상환능력 심사 방식 등을 개선하는 쪽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해 10월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높아져 금융안정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시중은행의 안심전환대출 채권을 매입한 후 이를 유동화해 다시 은행에 주택저당증권(MBS)으로 판매하도록 한 것은 결국 시중은행에 부담을 떠넘기는 신 관치”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관범·박정경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