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매섭네’ 펜싱 국가대표 오상욱이 펜싱 월드컵 출전을 앞둔 지난 1월 26일 서울 노원구 화랑로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고교생 국가대표로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의 미래를 짊어진 오상욱(19·대전 송촌고)이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바로 시상대에 올라섰다.

오상욱은 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파도바에서 열린 펜싱 월드컵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3위를 차지했다. 국내 대회에서 선배 국가대표들을 연파하고 지난달 국가대표로 발탁돼 이번에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른 오상욱은 세계 랭킹이 없었던 탓에 예선부터 출전, 6전 전승으로 4강에 올라 돌풍을 일으켰다.

오상욱은 이탈리아로 출발하기 전인 지난 1월 26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태릉선수촌에 들어와 훈련한 지 3주가량 흘렀다. 그런데 긴장을 했나 보다. 감기 기운이 있어 병원에 갔더니 임파선염이라며 하루 쉬라고 했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긴장이 적지 않았을 테고,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첫 국제무대에 나갔지만 놀라운 성적을 낸 것이다. 그는 “몸이 아파 하루 쉬면서 생각을 했다. 국가대표가 끝이 아니다.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자만심을 버리고 겸손함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키 192㎝의 장신 고교생 오상욱은 지난해 말 강원 양구에서 열린 2015 펜싱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남자 사브르 전체 3위를 하면서 당당히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선발된 48명의 국가대표 가운데 최연소이자 최장신. 고교생 출신 최초의 펜싱 국가대표가 됐다. 1996년 9월 30일생으로 현재 만 18세 5개월이다. 이달 초 대전 송촌고를 졸업하고 3월에 대전대에 진학할 예정이다.

오상욱은 대전 매봉중 1년 때부터 펜싱을 시작했다. 펜싱에 먼저 입문한 형을 따라 구경하러 갔다가 첫눈에 반한 게 계기가 됐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지만, 왠지 펜싱에 끌렸다. 특히 사브르 종목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이었던 키가 하루가 다르게 크면서 실력도 쑥쑥 늘었다. 송촌고에 진학해서는 펜싱팀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고교 대회에는 더 이상 적수가 없었다. 지난해 대학·일반부 오픈 대회에서 동메달을 2개 땄다. 결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내로라하는 금메달리스트 선배들을 잇달아 꺾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과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사브르 최강자 구본길(26·동의대)도 이겼다.

“부모님이 양구까지 보러 왔다가 너무 자랑스러워하셨다. 친구들은 내가 마치 세계 랭킹 1위라도 된 것처럼 기뻐했다. 특히 형이 좋아했다.”

펜싱 선수인 형은 오상욱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이번 대표 선발전에는 형도 참가했으나 16강에서 탈락했다. 그걸 생각하면 아쉽고 미안할 따름이다.

큰 키에 잘 생긴 외모 덕에 ‘길거리 캐스팅’ 제안을 받은 적도 있다. 훈련을 마치고 귀가하던 어느 날, 인터넷 패션 업체 명함을 내민 사람에게 모델 제안을 받기도 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