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뇌수술 후유증으로 장애를 겪고 있던 아들이 10년 째 치매를 앓고 있던 70대 노모와 함께 숨진 지 1주일 이상 지나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찰은 목욕탕에서 넘어진 어머니를 부축하기 위해 몸이 불편했던 아들이 서둘러 목욕탕으로 뛰어들다 함께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0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8시 20분쯤 서울 송파구 송파동 한 허름한 빌라 3층에서 표모(여·75) 씨와 아들 이모(56)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1주일 이상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을 의심한 외손녀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표 씨는 옷을 입지 않은 채로 욕실에 쓰러져 있었다. 아들 이 씨는 옷을 모두 입고서 표 씨와는 반대방향으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흔적이나 주변의 혈흔이 없는 것으로 보아 목욕 후 넘어진 모친을 부축하려다 거동이 불편한 아들 이 씨까지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어머니에 비해 아들의 몸집이 절반가량으로 왜소했으며 외부 침입흔적이나 유서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약 15년 전 뇌수술을 받은 뒤 마비 증상과 합병증으로 고생하며 장애를 앓기 시작했다. 약 10년 전 이혼한 이 씨는 몸의 오른쪽이 마비돼 걷고 움직이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평소에도 지팡이를 짚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의 계단을 오르내렸다. 특히 이 씨는 사고 당시에도 후두암 투병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 주민 성모(61) 씨는 “이 씨의 표정은 밝았지만 외부 출입은 뜸했다”며 “노모와의 사이는 좋아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2월 한 달 동안 이 씨가 휴대전화를 사용한 통화 시간은 4분이 채 안 돼, 외부와 소통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노모인 표 씨는 10년 가까이 치매를 앓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표 씨에게는 이 씨 외에도 둘째 딸과 막내아들이 있다. 딸은 한 달에 2∼3번씩 왕래하며 모자에게 용돈과 음식 등을 챙겨줬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발견 당시 모자의 시신이 상당히 부패한 상태였고 지난 21일부터 신문이 쌓여있는 정황으로 보아 숨진 지 1주일 이상이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가족들이 부검을 원하지 않음에 따라 검찰의 지시를 받아 부검에 대해서는 따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