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입지 규제로 기업들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국내 직접투자의 해외 유출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 규제가 기업들의 지방 이전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저렴한 인건비와 함께 각종 특혜를 제공해 주는 해외 이전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8일 경기도와 국회 정병국(새누리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수도권 입지규제로 인해 지난 2005년 이후 국내 직접투자 순유출액이 12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은 최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사라진 일자리도 180만 개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정부가 지난 2008년 자연보전권역 공업입지 규제를 2010년까지 완화해 주겠다고 약속한 것만 믿고 기업들이 준비해 왔다가 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면서 최근 5년간 74개 기업이 4965억 원의 투자를 포기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 때문에 생겨날 것으로 예상했던 5572개의 일자리도 없던 일이 돼 버렸다.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이 수도권 규제로 사업을 확대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경기 부천에 있는 외국계 전력 반도체 업체인 페어차일드코리아는 ‘과밀억제권역에 있어 공장 증설이나 면적 제한 및 공장총량제로 증설이 불가능하다’는 정부의 통보를 받고 3년을 기다렸지만, 해결이 안 돼 결국 8000만 달러를 들여 중국에 투자해 1500명의 고용과 연 13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반면 해외 선진국들은 값싼 임금과 각종 혜택을 찾아 해외로 떠난 자국 기업들을 재유치하기 위해 수도권 규제를 풀고 있다.

정 의원은 “영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수도권 규제를 철폐하고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을 교훈 삼아 정부도 규제개혁을 구호만 외치지 말고 구체적인 실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