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조치는 미봉책 그쳐

정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 대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문제가 된 곳에 대한 징벌적 조치 외에 보육교사 전문성 향상이나 처우개선 등 근본적 대책이 병행돼야 정책이 미봉책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육아정책연구소 및 학계 등에 따르면 아동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에 대한 즉시 퇴출이나 CCTV 설치확대를 통한 감시 등 징벌적 조치 외에 보육교사 학력기준 향상 및 인·적성 검사 강화, 현장실습 활성화, 처우개선 등도 중점 추진돼야 고질적 병폐가 개선될 것으로 분석된다.

아동들과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교사들의 질이 담보돼야 결국 아동의 학습 및 정서발달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고 각종 학대 방지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유미숙(아동복지학) 숙명여대 교수는 “정부가 추진을 예고하고 있거나 지자체들이 내놓은 문제 어린이집에 대한 즉시 퇴출, CCTV 설치확대 등의 대책은 단기적으로 학대 방지에 도움이 되지만 교사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시각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론 보육의 질적 효과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육교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우수 인력 양성 및 처우개선 등도 함께 힘써야 궁극적으로 아동학대도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육교사가 감시받는 직업, 피해야 할 직업으로만 인식된다면 결국 아동들에게 사랑과 정을 주지 않는 로봇 같은 교사만 양산될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길숙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도 “아동들의 학습 및 정서발달에 보육교사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처우를 개선하고 학력 등 진입 장벽을 높여 우수한 자질을 가진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며 “예외적으로 자격을 석사 이상으로 한정짓고 있는 프랑스 유아교사만 보더라도 초등학교 교사 못지 않게 좋은 처우와 존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경우 고졸 이상 학력으로 일정 학점을 이수한 사람들은 시설유형과 상관없이 원장 재량에 따라 보육교사로 채용·배치될 수 있다. 급여는 140만∼180만 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보육교사 처우를 개선하는 대신 학력수준을 높이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