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이 걸린 골프대회는 대개 풀시드권을 받는 선수들로 채워집니다. 간혹 대회마다 2, 3명이 대회를 주최하는 스폰서 초청으로도 출전권을 얻기도 하고, 출전권을 가진 선수가 불참할 경우 대기 순번에 따라 대타 출전의 행운을 잡는 선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방법은 ‘먼데이 퀄리파잉’을 거치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월요 예선은 대회가 열리는 주 월요일 하루 동안 18홀 예선을 치러 본선 출전권을 얻는 방법이지만 100명 중 1, 2명에 불과합니다. 월요예선 통과자의 스코어를 보면 하루에 7, 8언더파를 쳐 놓고도 탈락하기도 합니다.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미 워커와 패트릭 리드 역시 2, 3년 전까지 ‘월요 예선’을 기웃거리던 그저 그런 선수에 불과했습니다. 올해 36살인 지미 워커 역시 지난 시즌 3승을 거두며 뒤늦게 두각을 나타낸 선수로, 올해 하와이에서 열린 두 대회에서 준우승과 우승을 거둬 시즌 초반 최고의 선수가 됐습니다. 그 역시 출발은 형편없었습니다. 그는 2001년 PGA투어에 데뷔한 이후 4, 5년간 2부 투어를 벗어나지 못했고, 2007년에는 어렵사리 딴 PGA투어 시드권을 잃고 월요 예선을 기웃거린 끝에 데뷔 13년 만인 지난 시즌에야 빛을 봤습니다. 올해 25살인 리드는 ‘월요 예선’이 배출한 선수에서 미국골프의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리드는 지난 시즌 챔피언들만 참가하는 현대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워커를 연장전에서 물리치고 통산 4승을 거뒀습니다. 월요예선에 단골로 출전했던 리드는 2011년에만 무려 6차례나 월요 예선을 통과하는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싸움닭’입니다. 그는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월요 예선에서 무려 6차례나 본선 진출권을 따냈습니다. 그는 이런 경험을 통해 두 차례나 연장전에서 이길 수 있었던 ‘강심장’과 ‘멘털 갑’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PGA투어 풀시드를 잃은 위창수는 이번 시즌부터는 대기 선수로 전락했습니다. 23일 개막한 휴매나챌린지 대회 대기 순번 4번이었지만 지난 주말까지 출전권을 얻지 못했고, 월요 예선에서도 탈락했습니다. 씁쓸하게 집으로 돌아가 다음 대회를 기다리는 처지가 됐습니다. 메이저 챔피언 양용은 역시 이런 대기 신분이 싫어 유럽 무대에 출전 중입니다. 다음 주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코츠챔피언십으로 시즌을 개막합니다. 장하나와 박희영의 동생 박주영 등 루키들 역시 다른 선수들의 불참을 간절히 바라는 대기 신분입니다. 이런 고달픈 시작이 미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