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고 교육수준 높지만
이슬람 문화와 괴리감 커
인터넷·SNS 등도 영향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좌절한 이란 젊은 여성들이 점점 마약에 빠져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이란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됐던 하산 로하니 정부의 숨겨진 그늘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이란에 급증하고 있는 젊은 여성 마약 환자 중 하나인 마사(30)는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가족들의 강요로 18세에 결혼, 결국 일년 만에 이혼했다. 마사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재원이었지만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하더니 마약중독자 시설에 들어가 치료를 받는 단계가 됐다. FT는 이란에 이러한 여성 마약 환자가 8년간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란 인구 7770만 명 중 600만 명이 마약과 관련된 문제를 갖고 있으며 마약 환자 중 9.3%는 여성이다. 여성 마약 환자 중 절반 가량은 15∼19세에 처음 마약을 접했다.

FT는 이란에서 젊고 부유하며 교육수준까지 높은 여성 마약 환자가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이란 사회의 변화상과 맞물려있다고 분석했다. 인터넷, 소셜미디어와 함께 성장한 이란 청년들은 이슬람 색채가 짙은 기성 세대 문화에 저항하며 현대화를 요구해왔다. 이 시기 여성의 교육 기회가 점차 확대되면서 고등 교육 기관 졸업생 중 60% 이상을 여성이 차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게다가 지난 2013년 여권 신장 등을 약속한 중도개혁 성향의 로하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젊은 층은 변화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이 답보상태에 머무르자 고등교육을 받고도 사회·경제적 활동을 하지 못하는 젊은 여성들이 좌절감과 무력감에 마약에 빠져들고 있다고 FT는 밝혔다. 심리학 교수인 아미르-호세인 야즈다니는 25세 이하의 여성과 남성들은 교육적 측면에서 동일한 자유를 누리지만 사회·경제적으로 점차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은 남성과 동등한 취업 기회를 가질 수 없거나 전통적인 여성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린다”며 “이러한 점이 최근의 (여성) 마약 환자 증가 경향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