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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 불에 취약한 자재 사용
건물사이 좁아서 연통 역할
소방차 진입못해 진화 지연

1층 주차장에서 난 불이 삽시간에 이웃 건물로까지 확산되면서 피해를 키운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는 방염이나 난연 처리가 되지 않은 자재 사용,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간격,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 미설치, 소방차의 진입을 막는 불법 주정차, 주민들의 안전 불감증 등이 복합적으로 엉키면서 주택 관리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12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화재가 짧은 시간 안에 급속히 번진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건물 외벽의 난연 처리가 안 된 자재 사용이다. 실제로 최초 화재가 발생한 대봉그린아파트의 측면 외벽 소재는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시공 방식으로 마감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드라이비트는 가연성이 높은 스티로폼을 단열재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현형 법률에는 30층 이하 건물 외벽 마감재에 대한 특별한 규제가 없다.

건물 사이의 좁은 간격도 화재가 옆 건물로 급속히 옮겨붙게 한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초 화재가 발생한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아파트 간의 간격은 1.5m, 드림타운아파트와 해뜨는마을아파트 주차센터 간의 간격은 1.8m로 밝혀졌다. 일반 아파트의 최소 동간 거리(6m)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을 때 연통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옆 아파트와의 간격이 좁아진 것은 정부가 지난 2009년 서민 주거문제 해결을 명분으로 도시형 생활주택을 도입하면서 동간 거리에 대한 규제를 대거 풀었기 때문이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 미설치 등도 초기 화재 진압의 실패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현행 소방법은 11층 이상 건물에만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건축주들이 이를 교묘히 피해 지은 것으로 보인다. 또 이들 건물에는 주차장으로 쓰는 1층 필로티(개방형 공간)에 아무런 소방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차량 20대 미만의 주차장은 소방시설 규제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대봉그린아파트 인근 도로의 자동차 불법 주차도 조기 진화를 방해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소방차가 신고를 받은 지 6분 만에 현장에 출동했으나 불법 주차 차량을 옮기느라 실제 화재 진압은 20분이나 지나서 시작했다.

이밖에 주민들의 안전 불감증도 인명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봉그린아파트 주민 상당수가 화재 당시 화재경보기가 10∼15분간 울렸지만 최근 경보기가 몇 차례 오작동한 적이 있어 대피하지 않았다가 화를 당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도시형 생활주택 안전기준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해 관련 규정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상원·박수진 기자 y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