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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 前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지난 14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자민당이 압승함으로써 일본의 에너지 정책도 새 전기(轉機)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原電) 사고 직후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은 ‘원전 제로(0)’ 정책을 채택했으나 아베 총리의 자민당이 집권한 이후 정책을 전환, 원전 재가동을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난 17일 새 규제 기준에 따라 심사를 해온 간사이전력의 다카하마 원전 3, 4호기에 대해 사실상의 심사 합격 결정을 내렸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규슈전력의 센다이 원전 1, 2호기는 안전심사에 합격한 데 이어 최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동의를 얻었고, 내년 초 재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외에 현재 원자로 17기에 대해 재가동 심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NHK가 지난달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원전 재가동 방침에 대해 찬성 24%, 반대 40%, 잘 모르겠다 31%로 나타났다. 이처럼 일본 내 원전 안전에 대한 불신과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재가동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원전 가동 중단으로 인해 에너지 수입이 급증한 것이 사상 최대의 무역 적자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2010년 5조3000억 엔의 흑자를 기록한 무역 수지가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에는 4조4000억 엔 적자로 돌아섰고, 2012년 8조2000억 엔, 2013년 13조8000억 엔으로 적자 규모가 급증했다. 2013년 수입 품목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원유(28.1%)와 천연가스(21.4%)였다. 전력 생산의 90%를 화력 발전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무역적자 확대, 전기료 급등 등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현실적으로 원전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다음으로, 에너지 안보를 고려한 것이다. 일본은 세계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1위, 석탄 수입 2위, 석유 수입 3위의 에너지 대수입국이며, 전통적으로 에너지 안보를 가장 중요한 에너지 정책으로 채택해 왔다.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의 ‘일본의 에너지 2014’에 따르면 해외로부터의 화석연료 의존도는 2010년 62%에서 2013년 88%로 급격히 높아졌다. 에너지 자급률이 OECD 34개국 중 33위로 에너지 안보 취약국이 됐다. 그만큼 화석연료 수입을 줄이고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이 절실해졌다.

전력 공급과 전기 요금의 안정화도 시급한 사안이다. 원전 중단 이후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절약 정책과 국민적 협조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지만, 여름철만 되면 전력 공급 비상이 반복되고 있다. 전기 요금도 2010년 대비 2013년에 가정용 19.4%, 산업용 28.4%가 올랐다. 지난 10월 전력 다소비 산업 11개 단체는 전기료 인상으로 기업이 도산하거나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화력발전 확대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도 고민거리다. 전력 부문 이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꾸준히 줄어드는데도 2011년 이후 전력부문의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2013년 총배출량은 13억9500만t을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로, 교토의정서 배출 감축 목표의 기준연도인 1990년 대비 10.6%나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에너지 안보, 국민경제적 부담, 전력의 안정 공급, 기후변화 대응 등의 절박한 현실을 감안할 때 아베 정부는 적극적인 원전 재가동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여건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일본의 최근 상황은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