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가 노동시장 구조개선 관련 논의를 시작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기본합의문조차 내놓지 못하면서 정부가 2015년 경제정책에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방안을 포함하는 등 연내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노동계를 포함한 경제계에서는 고용의 기적을 일궈낸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과 같은 한국판 노사정 대타협이 나올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노사정위는 지난 19일까지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관련한 노사정 기본합의문을 내놓겠다는 시한을 정했으나 당일 10시간에 달하는 마라톤 회의에서도 기본합의문 도출에 실패했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노사정위 논의가 결렬된 것은 아니고 현재 비공식적으로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흘러온 논의를 지켜보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유의미한’ 대타협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부와 경영계는 노사의 고통분담과 노동 이동성 확보, 고용규제 개선 등 고용시장 유연화를 기본합의문에 담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경제민주화, 소득분배 개선 등 노동계의 요구는 배제되고, 정부가 노동계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며 합의 불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렇듯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아 기본합의문 도출이 최종적으로 무산되거나, 극적으로 기본합의문이 도출된다 하더라도 세부 과제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본합의문 초안은 노동계와 정부·경영계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가치 중립적’인 방향으로 손질되면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구체적인 방향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막판 논의 내용은 기존에 나왔던 노동시장 구조개선 관련 14개 세부과제 수준 이상으로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사정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근혜정부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추진하려면 내년 상반기가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에서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도 이번 주까지 노사정위 논의를 지켜본 후 이번 달을 넘기지 않고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