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발 경제위기가 글로벌 시장으로 본격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무려 6.5%포인트나 추가 인상하는 충격요법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16일 루블화 가치는 장중 한때 사상 최고인 달러 대비 80루블 선을 돌파하더니 68루블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2015년 1월 인도분) 가격도 이날 영국 런던 시장에서 2009년 7월 이후 약 5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 선 아래로 떨어져 59.38달러를 기록했다. 모스크바 주식시장에서는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의 주가가 전일 대비 17%, 러시아 최대 에너지기업 가스프롬 주가 역시 전일 대비 10% 폭락했다. 러시아 경제로선 그야말로 ‘검은 화요일’이었던 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폭탄이 루블화 폭락으로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 위기를 맞고 있는 러시아를 강타할지도 주목되고 있다. Fed는 17일 이틀간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준금리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Fed가 금리 인상 암시 신호를 시장에 던지기만 해도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연쇄적인 자금이탈을 불러올 것으로 보여 가뜩이나 어려운 러시아 경제에 핵폭탄급 충격이 예상되고 있다.

‘백약무효’인 상황에 러시아 경제당국자들도 망연자실한 심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세르게이 슈베초프 중앙은행 부총재는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상황이 심각하다”며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악몽”이라고 털어놓았다. 이타르타스, 모스크바타임스 등에 따르면 16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주재로 긴급회의가 열렸지만, 참석자들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후 알렉세이 율루카예프 경제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루블화를 달러화로 바꾸지 못하게 하는 자본통제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러시아 국민들은 루블화 가치 추가하락과 금융거래 제한에 대한 우려로 물품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특히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5거래일 연속 폭락해 16일 달러당 2.736헤알로 마감했다. 헤알화 환율이 달러당 2.73헤알을 돌파한 것은 2005년 3월 25일(2.737헤알) 이후 9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달러당 1만2689루피아까지 떨어져 지난 1998년 8월 이후 최저를 나타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대상으로 꼽히는 독일 국채(분트) 10년물 금리는 16일 사상 최저인 0.56%를 기록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