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1월 27일 경북 안동시 옥야동 안동시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농업인 행복버스’에서 어르신들이 장수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안동 = 김동훈 기자 dhk@

지난 11월 27일 오전 11시 경북 안동시 옥야동 안동시청소년수련관. 평소 학생들로 붐볐던 이곳은 어르신들로 시끌벅적했다. 안동지역에 사는 어르신들이 오토바이와 자전거, 버스를 타고 몰려들면서 수련관 안팎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은 농협중앙회와 안동농협, 한국소비자원이 마련한 ‘농업인 행복버스’가 열리는 날이었다. 농업인 행복버스는 의료·복지 등 다양한 서비스를 농촌 지역에 종합적으로 제공해 농업인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농업인 행복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농협중앙회가 추진 중인 봉사프로젝트다. 농협 등은 청소년수련관과 수련관 앞 낙동강 둔치에서 농업인들을 위해 의료지원, 장수사진 촬영, 법률 구조 및 소비자 보호활동, 자동차·가전제품 무상 점검 등의 서비스를 펼쳤다.

수련관 2층으로 올라가자 경남 창원시 힘찬병원이 마련한 의료진료실은 어르신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의료진 앞에 앉은 이혜숙(여·66·안동시 석동동) 씨는 “20년 전에는 허리디스크로 앉은뱅이 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하늘이 도왔는지 괜찮다가 요즘 다시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쑤셔요”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박강희(36·정형외과) 과장에게 물었다. 박 과장은 “엑스레이(X-ray)로 촬영한 화면으로 보니 허리가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요. 병원에 가셔서 다시 한 번 검사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라며 바로 옆 물리치료실로 안내했다. 물리치료실은 8개의 침대에 온열치료기, 근육과 부종을 관리하는 저주파·고주파치료기 등이 비치돼 있었다. 15분 정도 물리치료를 받은 이 씨는 “아이고 시원해. 진작에 물리치료를 받을걸”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물리치료실은 3명의 물리치료사가 어르신들을 친절히 안내했다. 정태진(28) 물리치료사는 “농촌 어르신들은 대부분 무릎, 허리, 어깨 등 관절이 좋지 않다”며 “부모 같은 어르신들이 여건 때문에 자주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힘찬병원은 350여 명의 어르신들의 건강을 보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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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료실 옆 장수사진 촬영실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양복과 한복으로 한껏 멋을 부리고 있었다. 또 맞은편에는 NH개발이 후원한 장수사진 촬영 스튜디오도 마련됐다. “헤어드라이어로 머리카락을 너무 많이 누르지 마. 파마한 머릿결 흩어져. 아이라인은 선명하게 긋고, 립스틱은 고운 걸로 해.” 큰 목소리가 들리는 간이미용실에서는 할머니들이 서로 쳐다보고 “시집가도 되겠어”라며 흡족해했다. 송정선(여·77·안동시 태화동) 씨는 “한복은 시집갈 때 한 번 입고 이번에 두 번째로 입는 것 같다”며 “아직 한창나이지만 더 오래 살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고 웃었다.

또 수련관 내 1층으로 내려가자 정서함양장에서 한국소비자원이 법률구조 및 소비자 보호 강의와 상담을 하고 있었다. 200여 명의 농업인과 주부 등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조창은 한국소비자원 이사는 “예전과 달리, 농업인들도 피해구제나 권익보호 등 권리의식이 높아졌다”며 “안동에서 연 첫 행사에 많은 분들이 찾아와 관심을 보여 절로 힘이 났다”고 말했다.

수련관 앞 낙동강 둔치 주차장에서는 자동차와 가전제품 무상점검도 했다. 이날 자동차 무상점검코너에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한국 지엠, 쌍용자동차가 부스를 마련해 엔진·미션오일, 냉각수, 타이어 공기압 등을 점검했다. 엔진·미션오일을 점검한 김준호(55·안동시 태화동) 씨는 “차량의 엔진 소리가 부드러워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로 옆에서는 한국석유관리원이 차량용 연료의 유사석유 감별을 했다. 차량 연료를 채취해 10여 분 만에 분석, 가짜 여부를 판별했다. 정승환 대리는 “20여 대의 차량 연료를 점검한 결과, 다행히 가짜는 없었다”며 “이번 점검은 농촌 어르신들에게 가짜 연료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29일에는 수련관 옆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평양예술단의 공연이 열렸다. 예술단은 탈북자들로 구성됐으며 1000여 개의 좌석이 꽉 찰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최인태 농협중앙회 농촌지원부장은 “농업인 행복버스가 열리는 곳마다 반응이 뜨거웠으며 안동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참여한 어르신들이 얼굴에 행복한 웃음을 머금고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동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