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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한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책임 회피성 변명으로 일관하는 경우를 일컫는 속담이다. 아무리 구구절절한 사연이라도 다른 사람의 공감을 사기 어려운 것이 핑계이고 변명이다.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정말 억울한 사연도 있을 것이다. MBC 주말특별기획 ‘전설의 마녀’의 주인공들의 사정이 그러하다. ‘설욕’이라는 뜻의 ‘전설(전雪)’을 제목으로 삼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힌 여자들의 사연은 핑계 없는 무덤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도 없고, 무서울 것도 없는 ‘여자들의 용기와 도전’은 마법 같은 이야기를 표방한다. 그래서인지, 각기 다른 죄목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여자 네 명이 신화그룹의 오너 일가를 상대로 설욕전을 벌이는 내용은 우연의 연속이다. 남편을 독살하고 증거인멸을 위해 방화를 저질러 외아들까지 죽였다는 죄목으로 무기징역 선고를 받고 30년 가까이 복역 중인 심복녀(고두심), 가짜 약을 팔다 잡혀 들어온 사기전과자 손풍금(오현경), 신화그룹 며느리에서 남편의 죽음 이후 졸지에 배임과 횡령 혐의를 저지른 경제사범으로 수감된 문수인(한지혜), 신화그룹 막내아들이자 마케팅본부장에게 버림받고 살인미수 혐의로 붙잡힌 서미오(한연수)가 교도소에서의 인연을 계기로 어머니와 세 자매의 관계를 맺고 출소 후에 신화그룹을 상대로 설욕전을 펼친다는 내용은 운명이라기보다 작위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흥미롭다. 네 명의 여자가 교도소에서 인연을 맺기 전에 이미 문수인 남편의 장례식장에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우연히 인연을 맺었다는 설정의 작위성보다 거대 재벌인 신화그룹의 피해자들이 힘을 합쳐 어떻게 설욕할지 귀추가 주목되기 때문이다. 물론 교도소 직업훈련원에서 딴 제과제빵 자격증이 전부인 여자 네 명이 그녀들의 인생을 수렁에 빠뜨린 신화그룹 오너 일가를 상대로 벌이는 복수 과정이야 얼마든지 예상이 가능하다. 문수인이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출소 이후 취직한 빵집 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하고도 절도범으로 오해받는 시련이나, 심복녀가 ‘이야기가 있는 레시피 공모대전’에 문수인과 함께 참가해 ‘마법의 콩빵’으로 대상을 수상하면서 사회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에피소드가 그러하다.

교도소 보안계장으로 정년퇴임하고 세탁소를 운영하는 박이문(박인환)과 어린 딸을 키우는 박이문의 사위이자 신화호텔 양식부 셰프인 남우석(하석진)이 심복녀와 문수인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과정도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신화그룹 오너 마태산(박근형) 회장이 돈 때문에 악행을 서슴지 않고, 그의 후처 차앵란(전인화)이 자신의 아들을 신화그룹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남편의 다른 자식들과 대립각을 세우며 갈등하는 모습이나, 운전기사 탁월한(이종원)과 손풍금이 서로의 정체를 숨기고 애정행각을 벌이는 상황들도 상투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할 정도로 진부한 내용이지만, 네 명의 여자들이 보여주는 용기와 도전은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선사하고 있다. 전과자라는 사회적 약자이면서 고시원과 찜질방을 전전하고 남의 집 더부살이를 해야 할 정도로 경제적 약자인 심복녀와 그녀의 수양딸들이 신화그룹이라는 거대 재벌을 상대로 설욕전을 벌이는 과정을 통해 현실에서 좀처럼 구현되지 않는 인과응보와 권선징악의 통쾌함을 느끼고 싶은 시청자들이 많다는 방증이리라.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