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 3단체 부회장들이 지지부진한 규제개혁과 과도한 노동 규제 등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보기술(IT), 자동차, 조선, 철강 등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들이 최근 줄줄이 실적 악화에 신음하고 있는 점을 들어 기업환경 개선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제204회 경총포럼에서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3단체 부회장들은 더디기만 한 규제개혁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 부회장은 “과거에 비해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기업 하기 어려운 환경 때문”이라며 “제조업 관련 규제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자리 창출에 가장 효과가 큰 금융, 관광, 의료 등 서비스산업의 경우 규제개혁이 아니라 아예 규제 철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계가 바라는 것은 규제 수준을 다른 나라와 비슷하게만 해달라는 것”이라며 “글로벌 기준대로만 하면 충분히 경쟁해서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규제개혁과 창조경제는 정말 잘 잡은 방향”이라며 “규제개혁은 정부가, 창조경제는 기업이 해야 할 일”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그러나 “정부가 규제개혁을 강조한 이후 줄곧 ‘규제를 풀어달라, 특히 덩어리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제는 포기한 상태”며 “경제특구나 특별조치 같은 것은 규제개혁이 도저히 되지 않을 때 쓰는 편법인데 이제는 그것이라도 좀 제대로 해달라는 생각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김영배 경총 상임 부회장은 “지주회사 규제를 비롯해 대기업 계열사 간 거래 규제, 적합업종제도, 엄격한 배임죄 적용 등 새로운 투자를 가로막는 기업규제가 한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며 “기업의 투자 확대를 가로막는 전방위적 규제들에 대한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동근 부회장은 “한국 경제는 2011년 이후 전 분기 대비 0%대 저성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투자나 소비가 부진하다 보니 성장률이 떨어지고 디플레이션 초기 단계로 들어가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승철 부회장은 “과거 한국 경제가 호황을 누린 이유는 미국의 제조업 붕괴와 중국 특수, 엔고(엔화가치 상승) 등 3가지였는데 이제는 미국 제조업이 살아난 반면에 중국 특수는 사라지고 엔저(엔화가치 하락)로 가격경쟁력마저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 역시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 정년 60세 의무화, 사회보험부담 증가 등 노동 문제와 관련된 기업 부담이 한꺼번에 커지다 보니 기업경쟁력 저하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