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정규직 채용률 6.2%
中企·비정규직은 54.5%
결국 質낮은 일자리만 늘어

한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감이 도처에서 고조되고 있다. 향후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중국의 성장 둔화, 일본의 ‘엔저(低) 공습’ 등 대외 리스크(위험)뿐만 아니라 급증하는 가계 부채 등 대내 리스크까지 온 사방이 ‘지뢰밭’인 형국이다. 더 이상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만으로는 추락하는 한국 경제를 위기에서 구할 수 없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문화일보는 ‘위기의 한국경제, 구조개혁 없이 미래 없다’ 특별기획을 통해 한국경제 생존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노동 부문 구조 개혁을 집중점검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막고, 우리경제를 저성장의 늪으로 밀어넣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비정규직 숫자는 607만 명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32.1%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대기업-유(有)노조-정규직(136만 명)의 월평균 임금은 392만 원에 달하는 반면, 중소기업-무(無)노조-비정규직(485만 명)의 경우 월평균 임금이 134만5000원에 불과하다.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가입률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대기업-유노조-정규직이 99%가 넘는 국민연금·건강보험 가입률을 보이는 반면 중소기업-무노조-비정규직은 34.2%(국민연금), 40.9%(건강보험)에 불과한 사회보험 가입률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기업의 정규직 채용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양질의 일자리 증가를 억제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실제로 대기업-유노조-정규직의 신규채용률은 2014년 3월을 기준으로 6.2%에 불과한 반면 중소기업-무노조-비정규직의 신규채용률은 54.5%에 달한다. 좋은 일자리는 잘 늘지 않고, 질 낮은 일자리만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데는 유독 심한 우리나라의 임금 경직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등 9개국의 제조업 임금의 연공성(1년차와 30년차의 임금 수준 차이)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313으로 가장 큰 임금의 연공성을 나타내고 있다. 1년차 직원이 100만 원을 받는다면 30년차 직원은 313만 원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임금체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도 임금의 연공성이 242로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낮다. 독일은 191, 영국은 157이고 프랑스와 네덜란드, 스웨덴은 150 이하로 나타났다. 더구나 우리 노동시장의 경우 해고나 이직 등 노동력의 이동도 제한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한번 채용하면 고용비용이 지속적으로 늘기 때문에 신규채용을 꺼릴 수밖에 없고, 대신 외부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 등 질 낮은 고용을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