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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장 시대에 형성된 노동시장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00년대까지 4%를 유지했던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매년 0.1∼0.2% 정도 속도로 하락해 앞으로 5년간 3%대 중반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이후 중성장 시대에서 저성장 시대로 넘어가게 되면 노동수요 증가율이 사실상 제로(0)상태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저성장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6∼8%대 성장을 이어가던 1980∼1990년대 형성된 노동시장의 구조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를 꼽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를 보면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은 2003년 71.6%에서 2014년 65.5%로 10여 년 사이 격차가 6.1%포인트 확대됐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 역시 2003년 58.7%에서 2014년 54.4%로 10여 년 동안 4.3%포인트가 낮아졌다. ‘대기업-유(有)노조-정규직’과 ‘중소기업-무(無)노조-비정규직’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올해 3월 기준으로 대기업-유노조-정규직이 월 100만 원을 받는다면 중소기업-무노조-비정규직은 월 34만3000원을 손에 쥔다. 임금 차이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근속연수도 전자는 13.4년인 반면, 후자는 2.3년에 불과하다. 퇴직금 적용률은 각각 99.6%, 36.4%로 차이가 크다.

이런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대기업·정규직의 경직성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중간일자리의 확산을 막고, 질 낮은 일자리를 더 많이 양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기업-유노조-정규직(136만 명)의 신규채용률은 2014년 3월을 기준으로 6.2%에 불과하다. 무노조-중소기업-비정규직(485만 명)의 신규채용률은 54.5%에 달한다. 결국 질 낮은 일자리만 늘어나고, 고학력 청년층이 취업하고 싶어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시급한 상황이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은 “사용자가 고용을 겁내지 않고, 근로자가 이직을 겁내지 않도록 이동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단체협약상의 과도한 보호를 축소하고 연공서열의 경직된 임금체계를 탄력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특성상 기업별 노사에만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저성장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인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요인은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데 노사는 현실문제를 심각한 위기로 인식하지 않고 책무에 대한 인식도 낮다”며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경제가 지속가능성을 상실할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