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북 경주시 인왕동 월성 일대 전경. 문화재청이 오는 12월 월성 복원을 위한 발굴작업에 착수하면서 산하 국가기관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만 참여시켜 발굴 장기화에 따른 복원사업 지연과 시민 생활 불편 목소리가 일고 있다. 경주시 제공

오는 12월부터 본격화하는 신라 천년 고도 경북 경주 월성 왕궁터(사적 16호) 복원을 위한 발굴조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재청이 산하 국가기관만 단독으로 수행토록 하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민간 조사기관의 참여를 규제하고 조속한 발굴도 가로막아 시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26일 문화재청과 경북도, 경주지역 문화단체 등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오는 12월 12일 인왕동 월성 왕궁터에서 고유제(告由祭)를 지낸 뒤 문화재청 산하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만 참여한 가운데 4개 권역(발굴면적 20만7528㎡)에 대한 발굴조사에 착수한다.

그러나 발굴조사를 경주문화재연구소가 전담하면서 발굴 장기화로 수십 년이 지나도 성과를 확인하기 어렵고 주민들은 문화재 볼모에 잡혀 불편만 겪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주지역 문화단체 관계자는 “문화재청은 2010년 ‘매장 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을 제정, 이듬해 민간 전문기관 일제 정비를 통해 문화재 조사에 대한 전문성과 객관성을 지닌 기관만을 등록시킨 바 있다”며 “정부에서 민간 전문기관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인증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주문화재연구소만 월성 왕궁터 복원 관련 발굴조사 권한을 부여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에 등록된 민간 전문기관은 경북도 내에만 18곳이 있다. 발굴의 비효율성도 문제다. 대릉원(사적 512호) 일원 인왕·황오·황남동 쪽샘지구의 경우 14개 발굴 대상 지구(15만6000㎡)를 경주문화재연구소가 2006년부터 단독으로 발굴하고 있는데 올해까지 발굴 면적은 겨우 3만6550㎡(23%)에 그치고 있다.

발굴이 장기화되면서 유적지는 주차장과 쓰레기장으로 전락하다시피 했다. 주변 주민들 사이에선 아무리 문화재 발굴도 좋지만 주민 생활도 중요하지 않느냐는 볼멘 목소리도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경주시는 쪽샘지구 장기 발굴조사에 따른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환경 미화 등 임시 정비를 하기로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도지역인 경주의 전체 발굴 역시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전체 발굴면적 4212만㎡ 중 93.5%인 3941만㎡에 대해서는 발굴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은 상태다. 발굴 면적 대부분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거나 작업이 진행 중인 충남 공주, 부여, 전북 익산 등 다른 고도지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다양한 기관을 동시에 투입, 발굴해 수대(代)에 걸쳐 감수해 온 주민들의 불편을 덜어 줄 것을 건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수성(경주) 새누리당 국회의원도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경주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